- 6200cc 대배기량 8기통 엔진음
- 로봇 같은 멋진 외관은 ‘만점’
- 세금·연비 따지면 가성비 ‘글쎄’
1년 전 이맘때, 필자는 쉐보레의 기막힌 스포츠카 가격정책에 놀라면서 드림카가 생겼다. 그 이름은 바로 트랜스포머 범블비로 통하는 “카마로SS”. 포드 머스탱과 함께 미국 머슬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카마로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안고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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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의 고성능 스포츠카 카마로 SS. |
카마로는 프랑스어로 친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친구처럼 친숙한 차로 다가오고 싶다는 의미다. 실제 카마로SS를 과격하게 몰아보면 과연 필자가 이 차랑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약간의 의문이 생긴다.
6200cc의 대배기량에 453마력, 62.9토크의 엄청난 힘은 악셀러레이터를 지긋이 밟으면 먼저 가던 차량들을 금세 따라 잡을 수 있었으며, 필자로 하여금 목적지까지의 도착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주기도 했다. 1초에 수백 번 도로의 상태를 감지해서 밀리초 단위로 댐핑력을 조절해주는 마그네틱라이드컨트롤(MRC)은 필자로 하여금 저속에서는 편안하게, 고속에서는 빠릿하게 달릴 수 있게 해주었다.
카마로의 또 다른 매력은 금방이라도 변신할 것 같은 외관에 있다. 필자가 시승했던 차량 중 카마로만큼 거리 사람들의 시선을 끈 차량은 없었다.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는 초등학생부터 지긋한 연배의 어르신까지 모든 분이 관심을 가지고 멋지다는 눈길을 보내왔다. 사람들의 시선받기를 좋아하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차량이었으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도 “범블비 타고 계시네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이에 더해 악셀을 밟을 때의 심장을 울리는 우렁찬 엔진음은 상남자의 차량이라는 것을 포효하는 듯했다. 일반 투어모드에서 알피엠을 높이 쓰지 않고, 정속주행만 하면 가변실린더 기술로 8기통 중 4기통만 움직이는 V4모드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달리기 바쁜 필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6200cc의 대배기량 스포츠카에 “연비는 버리자”라는 생각으로 다닌 필자에게 돌아온 것은 4㎞/l대의 가공할만한 연비였다.
카마로SS가 출시되고 나서 한동안 “가성비 최고의 스포츠카”라는 문구가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나 배기량 때문에 연간 180만 원에 육박하는 세금과 200만 원대의 스포츠카 할증이 붙은 보험료, 20인치 타이어의 엄청난 가격, 밟으면 밟을수록 줄어드는 연비, 쉐보레 일반 차량들과는 다른 비싼 부품가격 등 절대 출시가격만으로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차량이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다운사이징과 친환경을 저 멀리 날려버린 듯한 대배기랑 8기통의 엔진음과 길들여지지 않은 듯한 거대하고 직선이 강조된 외관, 금방이라도 변신할 듯한 로봇 같은 생김새는 여러 가지 단점을 모두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승차를 반납하기 전 운전석에 앉아 ‘우르릉!’하는 시동을 걸어보면서 필자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 마그네틱라이드컨트롤(MRC)
자기 유동체 전자제어기술로 자성체가 차량 하체의 상태를 수시로 조절하여 진동을 흡수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 시스템
부산대 임재현 팀장·자동차 시승·튜닝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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