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음만기일 어겨 당좌거래정지

지난 24일 최종 부도 처리된 부산 중견 자동차부품 업체 K사(국제신문 지난 29일 자 1, 4면 보도)는 연 매출이 15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크다. 게다가 이 회사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익을 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지역 산업계는 K사의 부도에 대해 적잖은 충격과 함께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부도를 맞은 부산 강서구 소재 자동차부품 업체 K사 전경. 곽재훈 전문기자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사의 2016년 매출액은 1561억 원에 달했다. 같은 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4.13%였다. 2015년에도 15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4.34%로 집계됐다. K사는 이처럼 매년 순수익도 올렸다.

하지만 K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현금 유동성이다. K사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 원금 상환액만 연 120억~130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만 해도 연간 30억 원을 훌쩍 넘을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일시적으로 현금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지난 23일 정해진 어음 만기일에 결제하지 못했다. 지난 24일 오전에도 어음 결제를 못 하자 결국 금융결제원으로부터 당좌거래정지 처분을 받아 부도 상태를 맞았다.

K사 대표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에 손을 내밀었지만 2년 전부터 신규 대출을 전혀 받지 못했다. 힘들 때 은행에서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고 여유 있을 때 갚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회사가 이득을 내도 돈줄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K사는 그동안 금융권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순이익을 내더라도 현금 유동성이 없으면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은 K사가 대출 이자를 충분히 갚을 수 있는 것으로 봤지만 원금 상환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사의 사례처럼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흑자 부도’가 나는 경우는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무리하게 돈을 빌려 사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입 경영의 규모가 큰 경우 경기가 안 좋아지게 되면 결국 부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도 “K사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꽤 오래전부터 소문이 나 있었다”고 전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