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원 해외출장 대폭 늘었지만
- 해외기관과 MOU는 뒷걸음질
- 거래시간 연장도 성과 못거둬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한국거래소(KRX)가 지난 3년간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등에 업고 각종 사업을 추진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사업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28일 본지 취재팀이 거래소의 공시 내용 등을 토대로 공공기관 해제(2015년 1월 29일) 이후 주요 경영지표 및 사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사장을 포함한 KRX 임원들의 해외출장 횟수는 2015년 19회에서 2016년 24회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7회로 다소 줄었으나 공공기관 자격을 유지했던 2014년(12회)과 비교하면 여전히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앞서 거래소는 공공기관 해제 당시 ‘글로벌 협업 확대’를 적극 약속했다. 적어도 해외출장 횟수만 본다면 국외 세일즈 활동과 파생상품 투자 유치 등을 위한 보폭을 꾸준히 넓혀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출장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했다. 해외 거래소 및 기관·기업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건수는 ‘2015년 5회→2016년 2회→2017년 1회’(공식 발표 기준)로 줄었다. 공공기관 해제 이후 가장 크게 기대됐던 ‘글로벌 거래소 M&A(인수합병)’ 및 ‘조인트벤처 설립’도 지난 3년간 사실상 전무했다.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IPO(상장) 건수는 2015년 0개에서 2016년 7개로 늘었으나 지난해 다시 2개(미국 ‘티슈진’, 중국 ‘컬러레이’)로 급감했다. 뚜렷한 증가세를 기록하지 못하고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는 셈이다.

거래소가 야심차게 추진한 ‘거래시간 연장’도 두드러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거래량은 첫 시행일인 2016년 8월 1일 3억6958만 주에서 지난 26일 4억64만 주로 8.4% 늘었다. 하지만 이 증가율은 2015년 1월 26일부터 2016년 7월 29일까지의 거래량 증가율(10.8%)보다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내부 경영에서도 방만경영 조짐 등 일부 문제점이 노출됐다. 지난해 KRX 임원들의 업무추진비(업무협의·간담회·경조사 등)는 총 7844만 원으로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7774만 원)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2014년(4767만 원)과 비교하면 64.5%나 급증했다.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거래소와의 M&A나 ‘KRX의 국제화’ 등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중장기 계획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지지부진한 것도 KRX 정체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