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공항·부산항 통한 입국자
- 타지경유 등 총 방문자보다 많아

부산시가 관광도시를 지향하지만 관광정책 수립의 기본 자료인 외국인 관광객 통계도 제대로 산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본지가 관련 취재에 들어가자 좀 더 정교한 통계 모델 구축 방침을 밝혔다.

■ 부산, 외국인 통계 주먹구구

28일 본지 취재 결과 부산시가 매달 집계해 발표하는 ‘부산 외국인 관광객 방문 동향’은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1월 중국 관광객은 김해공항을 통해 14만1882명, 부산항을 통해 6만1510명, 타지를 경유해 16만5494명이 부산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항을 통해 부산으로 입국한 이들보다 인천국제공항에 내린 후 KTX 등을 타고 부산에 온 이들이 더 많은 셈이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는 상식과 크게 어긋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직항 노선이 부족한 미국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타지를 경유하는 비율이 훨씬 높을 수 있지만, 직항 노선이 충분히 갖춰진 부산과 중국 간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타지를 경유한 부산방문 중국 관광객 수는 매년 널뛰기를 했다. 2016년 1~11월 32만5882명, 2015년 1~11월 22만6651명, 2013년 1~11월 41만1872명으로 나타났다.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관광객은 2016년 1~11월 19만7779명, 2015년 1~11월 15만7857명, 2013년 14만5537명으로 타지 경유 관광객과 변화 양상이 크게 달랐다. 김해공항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집계되기 때문에 정확하다.

■타지 경유 관광객 어떻게 산출했나

타지 경유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전체 방문객-김해공항 및 부산항 입국객) X (부산 방문 비율- 김해공항 및 부산항 출국자 비율)’로 산출된다. ‘부산 방문 비율’과 ‘김해공항 및 부산항 출국자 비율’은 전년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외국인 관광객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기반한다. 문체부 조사가 정부 승인 통계인 데다, 타 기관의 통계에 비해 가장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적별 타지경유 추산을 위한 부산 방문율은 문체부 조사에서 부산을 방문했다고 응답한 비율 중 ‘김해공항 및 부산항 출국자 비율’을 빼는 식으로 산출된다. 그렇지만 사례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문체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2016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 부산을 방문했다고 응답한 중국인은 289명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이 적으니 타지경유 비율이 널뛰기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 “통계 바로 잡겠다”

‘부산 방문 비율’은 얼마나 믿을 만할까? ‘2016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관광객 중 부산 방문 외국 관광객의 비율은 10.4%다. 김해국제공항과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 수치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부산을 방문한 ‘타지 경유’ 비율 모두 합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105만2591명,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41만5386명으로 총 146만7977명이었다. 이는 타지 경유 관광객을 빼고도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외국인 방문객 1333만5758명의 11%에 달했다. 문체부 자료가 믿을 만하다면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김해공항과 부산항을 통해서만 입국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체부 자료를 기반으로 타지 경유 관광객을 추산하면 각종 오류가 나타난다. 부산관광공사는 부산시 자료를 인용해 올해 사업설명회에서 실적을 홍보(국제신문 지난 20일 자 9면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대로 된 관광정책을 세우려면 타지 경유 관광객을 산출할 수 있는 합리적인 통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는 관광정책 수립의 기초가 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연내에 합리적으로 추산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