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낮추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중고 아이폰 가격은 되레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일 본지가 부산지역 중고 휴대전화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아이폰 판매가를 살펴본 결과, 최근 한 달 사이에 모델별로 가격이 4만~5만 원(10~15%)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체의 아이폰 매입 가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 업체가 지난달 6일 공지한 아이폰6 16기가 모델 매입 기준가는 11만 원이었지만, 지난 4일 13만 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아이폰6S 16기가 모델은 14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아이폰7 32기가 모델은 27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일명 ‘배터리 게이트’ 후속 대책으로 배터리 교체비용 인하를 발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관련 집단소송이 확산되면서, 애플은 배터리 교체 비용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낮춰 국내에서는 3만4000원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타인이 사용했던 중고 휴대전화를 쓰면 배터리를 새로 갈아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렇지만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 교체비용을 낮추면서 비용 부담이 줄었다. 이 때문에 눈치 빠른 중고폰 판매업자들은 아이폰 판매가격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 중고폰 판매업자는 “가격이 오르면서 중고 아이폰을 매입해 중국에 판매하는 총책들이 큰 이익을 남기고 있다. 소비자들보다 이들이 최대 수혜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