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사태로 선복 점유율 반토막
- 100만TEU급 해운사 부산 연계
- 중국 환적화물 유치 공세 대비
- ITT 통합 관리회사 양성도 과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물동량 2000만 개(6ｍ짜리 컨테이너 기준)를 넘어서는 부산항이 세계적인 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부산항과 연계한 국적선사의 경쟁력 강화, 중국항만의 물량 공세, ITT(타 부두 간 환적화물 처리) 문제 해결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18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항 2000만TEU 달성과 나아갈 방향’ 세미나에서 토론자와 발표자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해운·항만 전문가들은 부산항만공사가(BPA) 지난 18일 연 ‘부산항 2000만 TEU 달성과 나아갈 방향’ 세미나에서 이런 과제를 제시했다. 청운대 김학소 교수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해운의 위상이 급락했다며 부산항과 연계한 해운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사태 이전 국적 선사의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은 선복량 기준으로 6.4%였지만 12월 현재는 3.2%로 낮아졌고 앞으로 다른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가 잇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올해 외국적 선사의 부산항 물동량은 10% 늘었지만 국적선사는 2.5% 감소했다. 부산항 물동량에서 국적선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진해운 사태 이전 38%에서 올해 35%로 하락했다. 환적 화물을 확보하려면 부산항을 모항으로 두고 있는 국적 선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현재 국적 원양선사 규모로는 해운동맹 가입 자체가 어려운 만큼 국내외 선사 간 자발적 인수합병을 유도해 세계 6위권 선사의 선복량인 100만 TEU 정도를 확보한 선사로 육성해야 한다”며 “해운기업의 주식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나 정부의 선박금융 시스템 발전 정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강부원 부산항만공사 국제물류사업단장은 내년 물동량 목표를 올해보다 4.4% 많은 2140만 개로 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항만 당국의 환적 화물 유치 정책 때문에 올해 증가율 5.5%보다 낮게 목표치를 잡았다.

환적 화물은 항만에서 바로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화물이다. 지난 5월 칭다오항 자동화터미널(선석 6개)과 내년 1월 상하이(선석 7개)자동화 터미널을 개장하면서 중국 정부의 선사물량 유치 전략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수출입 화물만으로도 물량이 충분해 환적 화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중국이 환적 화물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글로벌 선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터미널처리비용을 일제히 낮추도록 했다. 중국 항만은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부산항 물동량을 대거 뺏어오는 전략을 쓸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항 발전을 위해서는 선사들의 기항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되는 ITT(타 부두간 환적화물 처리)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부산신항에는 운영사가 많고 터미널별로 울타리가 있어 화물이 터미널 간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일부 운임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선사가 ITT 추가 비용 발생분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론자로 나선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정세화 대표는 “터미널 간에 내부이동을 막고 있는 울타리 일부를 개방하는 게 해결책이 아니다”며 “전문적으로 ITT 문제를 콘트롤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