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좌장 이하 가나다순)

▶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좌장)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부연구위원)

▶이강영 (창남수산 대표이사)

▶이영우 (선박안전기술공단연구원장)

▶전우진 (해양수산부 어선정책팀장)

▶홍순식 (대진수산 상무)

▶황춘옥 (전국선망선원노조위원장)

대형선망수협은 어선 노후화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모색하기 위해 최근 부산 공동어시장 별관에서 산학연관 좌담회를 열었다.

어선 노후화 문제는 매년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지적됐지만 유사한 질문과 답변만 되풀이될 뿐 대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이에 따라 대형선망수협과 국제신문은 어선 노후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듣는 좌담회를 최근 열었다. 좌장을 맡은 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KMI 선임연구위원)이 질문하고 각계 전문가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류정곤 회장(이하 질문 류 회장)=근해어선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인데 이때문에 우리 어선의 어업경쟁력이 약화되고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어선 노후화는 선원의 안전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우선 어업 현장에서 느끼는 어선 노후화의 실태는 어떤가.

▶황춘옥 위원장=대형선망 어선은 연근해어선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복지공간 등도 다른 어선들에 비해 비교적 낫다. 하지만 어선 현대화 추진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실태조사를 위해 배를 탔을 때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선원들이 느끼는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이렇다 보니 다들 배를 타려고 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한 선사에서 일본에서 30년가량 사용한 본선 한 척을 도입했다. 이 배는 현재 국내 어선보다 구조가 효율적으로 잘 짜여 있어 선원들의 생활여건도 훨씬 낫다. 30년 된 일본 배보다 못한 배를 우리 선원이 타야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의 지원과 별개로 수산업계에서 어선현대화 의지가 있나.

▶홍순식 상무=현대화에 대한 업계의 의지는 강하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이던 당시 신조(新造)를 해보자고 해서 3개 선사가 추진했고, 설계까지 모두 끝마쳤다. 하지만 정책자금이 3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자금문제로 중단됐다. 운반선을 새로 지을 경우 60억 원 가량이 들어가는 데 이를 단순히 3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하면 운반선에 선사의 모든 재력을 투입해야 됐기 때문이다. 의지가 강하더라도 재무여건상 쉽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엄선희 부연구위원=재정여건 부분을 지적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근해어선들은 연안어선처럼 소규모 어업이 아닌 기업이다. 회계장부를 보면 어선의 감가상각이 들어가게 되고, 비용은 선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적립이 돼 있어야 한다. 사전에 준비하지 않고 선사의 재정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국내 어선은 수산업을 계속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감가상각비를 적립해놓지 않은 것은 선사의 잘못이 분명하다. 다만 과거에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던 선원복지공간 등을 위해 어선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강영 대표=2012년 선망업계에 진입해서 보니까 복지공간이 열악하고 물이 새는데 제대로 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배가 너무 낡아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는 지난해에 등선 한 척을 자부담으로 신조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은 선원복지공간을 늘리고 싶어도 규정 때문에 안되는 것이 많다. 배를 신조하는 과정에서 검토한 결과 연료탱크 위에는 선원의 복지공간을 올릴 수가 없다. 일본에서 들여온 배는 연료탱크 위에 선실이 있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규정상 연료탱크와 선실사이에는 거리를 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선실은 안 좋은 위치로 갈 수 밖에 없다. 선박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부분의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선원복지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배를 만드는 기술도 떨어진다. 일본 배와 기술적으로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이영우 원장=기술력을 따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특히 강판, 엔진, 시스템, 에너지절약기술 등이 강하다. 에너지 절감분야는 이미 일본을 능가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어선현대화 과정에서 중요하게 검토돼야 하는 것은 ILO(국제노동기구)의 어선원노동협약이다. 현재는 권고사항이지만 의무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선법을 비롯한 관련 규정을 개선해 선원 복지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전우진 팀장=해수부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료탱크 관련 규정은 어선법의 지침으로 돼 있는데 현실과 맞지 않다. 조선기술은 발전했지만 규정은 80년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개정작업을 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보다 발전적인 기준을 만들어 보려 한다.

-어선을 새로 만들려는 수요가 계속 있어야 관련 산업이 유지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중소어선 조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노후어선을 가져다가 쓰는 일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기술, 전문가, 자재 등을 갖추고 있지만 외국의 노후어선을 수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선 노후화 문제 해결을 위해 또 다른 과제가 있다면.

▶엄선희 부연구위원=어선 현대화는 어선 운영비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차원에서 추진했던 것 중 하나가 대형선망 선단(6척)의 규모를 줄이는 연구다. 본선은 규모를 키우더라도 다른 배의 수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막상 추진하려 하니 업계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강영 대표=조업현장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일본의 경우 전국 각지에 대형 어시장이 많아 3~4시간 이내에 물고기를 양륙하고 바로 출항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형 어시장은 부산이 유일하다. 운반선이 제주도에서 부산까지 12시간이 걸리고 물고기를 양륙 하는 시간도 더하면 20시간이 넘게 걸린다. 왕복하면 2~3일이 걸린다. 이 상황에서 운반선을 줄이면 하루 조업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홍순식 상무=판매시스템의 문제도 크다. 부산 공동어시장에는 자금력이 있는 중도매인 100여 명이 경매에 참여한다. 하지만 타 지역으로 가게 되면 대형선망의 어획 물량 소화할 수 있는 중도매인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물량이 부산에 집중될 수 밖에 없고, 운반선의 동선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전우진 팀장=우리 원양선망이나 원양연승 어선 등은 모두 대만에서 건조했다. 우리 조선소가 배를 만들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굉장히 좋다. 조선업 불황으로 국내 조선소에서도 어선 건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영우 원장이 얘기했던 것처럼 국내 조선기술자들이 조금만 연구해도 따라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선주가 원하는 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여건이 좋은 만큼 수산업계에서도 일본 중고선 수입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배를 신조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영우 원장=노후어선 현대화를 통해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신조선의 필요성에 대해 합의가 도출되면 부수적인 사안은 해결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어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이강영 대표=어선에 사용하는 어군탐지기, 음향측심기 등 장비들은 모두 일본에서 들여오는 데 이 돈도 무시하지 못한다. 국내산 기자재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어선을 새로 만들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비용이 생각보다 많은데 정부가 지원을 조금만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조금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우리 업계에서도 더욱 노력하겠다.

▶엄선희 부연구위원=근해업종 중에서도 대형선망은 수산업계의 선두주자다. 리더로서의 책임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선현대화 사업도 경제적으로 따지면 선주에게 불리하고 제약이 많은 것을 알지만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황춘옥 위원장=일본이나 중국에서 선망어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어획 기술·효율성 등이 다른 업종에 비해 우수해 자국 수산물 공급에 이익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선망어업을 비전이 없는 사업이라고 보지 말았으면 한다. 엄선희 부연구위원의 지적처럼 우리 국민의 안정적인 식생활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우진 팀장=해수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수산업이 있기 때문이다. 수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더 노력하겠지만 업계 차원의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다. 금리나 이런 부분들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업계도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해줬으면 한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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