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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약! 부산 스타트업 <2> 로하

대화 나누고픈 아재 취향저격 앱… 출시 1년 만에 4000명 애용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17-12-12 19:02:2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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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외로움 달래는 5060 중년
- 등산 재취업 부동산 등 주제로
- 수다떠는 SNS 공간 ‘AZIT’ 개발

- 온·습도 행동 감지 ‘소통박스’
- 휴대전화 없는 홀몸 노인 감독
- 주민센터와 고독사 예방도 힘써

‘58년 개띠’는 단순히 나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후 격동의 현대사를 상징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베이비부머(1954~1962년)의 핵심으로 고교 평준화 1세대이자 산업의 역군이었다. 유신정권의 몰락을 지켜봤고 제5공화국 탄생의 정치적 격변기를 경험했다. 6월 민주항쟁에 참여한 ‘민주 시민’이기도 하다. 1997년 사상 유례없던 IMF 외환위기를 겪는 등 파란만장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사무실. 58년 개띠의 미래를 고민하는 스타트업 ‘로하’ 김경문(32) 대표를 만났다. 왜 하필 58년 개띠일까. 김 대표는 온몸으로 우리나라 현대사를 헤쳐온 베이비부머의 그늘진 이면을 바라봤다.

그가 주목한 키워드는 이들의 ‘외로움’이었다. 누구나 외로움을 타기 마련이지만 특히 50~60대 남성이 느끼는 고독은 조금 다른 느낌이라 설명했다. 그는 “권위가 몸에 밴 중장년 남성에게서 여성보다 더 두드러진 고독을 느낄 수 있다. 혹시나 가벼워 보일까 봐 말을 아끼고 혼자서 외로움을 달래는 중장년 남성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는 이들에게 수다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스타트업이다”고 말했다.
로하 김경문 대표와 직원들이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사무실에 모여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로하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음성 메신저·SNS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 외로움을 수다로 풀자

김 대표는 우선 50~60대들이 수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2014년 로하를 설립한 그는 올해 상반기 캣차(CATCHA)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놨다. 중장년층이 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음성과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기준 4000여 명이 이용 중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갔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20~30대와는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한 것이다.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삶을 즐기긴 하지만 자존심, 권위 등을 이유로 대놓고 드러내지 못했다.

그래서 건강 등산 재취업 부동산 여행 등 대화 주제를 던져주면 이야기를 잘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의 캣차를 재단장해 내년 2월 아지트(AZIT)라는 SNS로 바꾼다. 기존의 메신저 기능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중장년층이 대화 주제에 따라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자인도 50~60대가 좋아할 만한 색깔과 큼지막한 글씨로 채워 넣었다.

그가 처음부터 시니어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2013년 동아대 재학 시절 창업동아리에서 ‘디지털 유산관리’ 사업을 하면서 시니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디지털 유산관리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의뢰를 받아 인터넷 공간의 사진, 아이디, 동영상 등을 지워주고 남기고 싶은 사진 등은 가족들에게 보내주는 사업이다. 의뢰인이 사망하게 되면 직접 장례식장으로 찾아가 고인을 기리는 의미로 그의 일생을 담은 ‘조문보’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2014년 로하 설립 후에도 해당 사업을 이어갔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과 장례식장을 자주 찾는 게 힘들었고 시니어를 위한 메신저와 SNS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고독사도 막아보자

김경문 대표.
12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2동주민센터. 김 대표가 휴대전화조차 없어 앱을 쓰지 못하는 홀몸 노인들을 위해 작은 상자 크기의 ‘소통박스’(가칭)를 내놓았다. 소통박스는 SNS를 사용하지 못하는 중장년층보다 높은 연령대를 위해 개발됐다.

소통박스에는 온·습도 센서와 행동 감지기가 들어가 있어 홀로 사는 노인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다.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메라가 장착되지 않았고 오직 온·습도와 행동을 감지해 누군가 움직인다는 것만 포착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확인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소통박스는 SNS 아지트와 연동돼 어르신들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로하 내 있는 노인복지 전문직원과도 소통박스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로하는 재송2동주민센터와 함께 홀몸 노인 20여 명을 대상으로 2개월 정도 소통박스를 시범 운영해보기로 했다. 최근 부산에서 늘어난 고독사를 소통박스로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기도 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3개월 동안 27명이 고독사했다.

김 대표가 소통박스를 만든 이유도 수다를 통해 고독사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김 대표는 “보통 고독사 해결을 위해 죽음에 초점을 맞춘다. 그보다 고독을 어떻게 풀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고독은 혼자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면 자연스레 고독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시니어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SNS 아지트를 50~60대를 위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성장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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