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쉴 여건 안 되는데 편법적용
- 근로기준법 보완 목소리 커

내년 1월로 예정된 최저임금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편의점 같은 일부 업종에서 근무 중 휴식시간을 늘리는 등의 편법으로 임금 인상분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번화가 24시간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A(24) 씨는 최근 업주에게서 휴식시간을 2시간 주고 이를 뺀 시급을 계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는 야간 근무자에게는 휴식시간을 따로 두지 않았다.

A 씨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2시간이나 시급에서 빼 버리면 월급이 준다. 누워서 잠을 자거나 느긋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없어 휴식시간이 의미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편의점 업주들은 야간 근무자의 경우 근무 조건이 열악해 휴식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임금을 지급해 왔다. 그렇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올라 7530원으로 책정되자, 휴식시간을 부여하려는 업주들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 편의점 업주는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는 법이 있다”며 “그동안 고생하는 야간 근무자에게는 휴식시간을 적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휴식시간을 늘려 임금인상 부담을 상쇄하려는 시도는 휴식과 근무의 경계가 모호한 아파트 노동자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 동래구 1139세대 규모의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6일 이곳 아파트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늘리기로 의결했다. 아파트 관리실 직원의 휴식시간은 1시간 늘어나고, 월 식대 10만 원은 삭감된다. 경비원 휴식시간은 2시간 늘어난다. 결국 관리실 직원은 3.32%, 경비원은 5.41% 임금이 늘어나는 수준에 그친다.

그렇지만 아파트 관리실 직원과 경비원은 식사하는 중에도 입주민이 부르면 부리나케 달려가야 하는 것은 물론, 야간에도 잠을 청하기 어렵다. 특히 24시간 격일로 근무하는 경비원은 보통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취침시간으로 정하지만 끊임없이 내외부 차량과 취객이 오가는 것은 물론, 입주민들이 경비원이 잠을 잔다고 항의하는 통에 쪽잠을 청하기도 어렵다.

이를 막으려면 휴식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는 현행법을 개선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줘야한다”고 명시할 뿐이다. 한라노무법인 박상명 노무사는 “휴식과 근무의 경계가 모호한 근로자는 휴게시간을 제한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진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근로기준법 전반을 손봐야 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