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과열경쟁으로 위법 소지도
- 부산국세청 “주기적 단속” 경고

지난 6일 밤 부산 서면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A 씨는 지역 주류업체 판촉사원으로부터 이 회사의 소주를 주문하면 숙취해소 음료 4병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미 취기가 충분히 올라 더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소주 한 병 가격 3000원을 내고 1만 원에 달하는 경품을 받는 편이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응했다.
이 같은 판촉사원의 고가 숙취해소 음료의 제공은 합법적일까. 국세청이 고시한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4조 2항에 따르면 주류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소비자 경품을 제공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위가 적발된 업체는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다만 자사 소주 소비 대가가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판촉을 제공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산국세청 관계자는 “‘자사의 소주를 마시는 고객’에게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면 법에 저촉된다. 시장에서 주류업체들의 판촉행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선주조와 무학 측은 자사의 주류를 마시는 대가가 아니라, 제품을 알리는 차원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저녁이면 번화가 곳곳에서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판촉 행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지역 양대 주류업체 간 소주 점유율 차이가 10%포인트 안으로 좁혀지면서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서면과 동래구 명륜1번가 등 번화가 주점 골목마다 지역 주류회사 유니폼을 입은 판촉사원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숙취해소 음료 수십 상자를 수레에 싣고 다니며 취객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홍보한 후 경품을 나눠줬다.

일부는 자사의 소주를 마시는 고객을 골라 2500원가량의 숙취해소 음료를 건네줬다. 한 주점 점원은 판촉사원을 대신해 특정 업체의 소주를 주문하면 10개들이 숙취해소 음료 한 상자를 준다고 알리기도 했다.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이 한 병에 3000~4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품이다.

주류업체 관계자들은 판촉직원이 불특정 다수에게 경품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숙지하지 않고 활동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주조와 무학 관계자는 “판촉직원에게 충분히 관련 내용을 숙지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