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중심지’라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영국계 컨설팅 기관인 지옌(Z/Yen)그룹이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영국 런던이 첫 손가락에 꼽힙니다. 미국 뉴욕과 수위를 다투긴 했지만 최근에는 런던이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이 같은 런던의 금융중심지 위상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브렉시트 협상의 진행 현황 및 주요 쟁점’이라는 보고서가 실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한 챕터를 할애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은 ‘영국의 EU탈퇴 이후 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은 약화될 것이다’입니다.
컨설팅사인 올리버 와이만이 2016년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영국이 EU시장에 대한 금융서비스 접근권한을 완전히 상실할 경우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매년 총부가가치(GVA)가 180~220억 파운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총부가가치의 14~17%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조세수입도 80~100억 파운드(13~16%), 고용도 6만5000~7만5000명(6~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보고서는 브렉시트로 런던이 EU 금융시장에 접근할 권한이 없어지거나 제한되므로 현지 금융기관들의 업무와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영국에 있는 금융회사들은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업무 ·인력을 EU지역 내 주요 도시로 재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도이치뱅크의 경우 영국내 재직직원의 44.4%를 EU지역으로 재배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영국내 유럽본사를 두고 있는 20여개 글로벌 보험사들은 EU지역에 신규로 법인설립 인가를 내거나 지점의 규제관할 변경을 신청했고요. 영국 내 자산운용인력 중 EU회원국 출신 은 약 30%를 차지하는데, 이들 가운데 35%가 영국을 떠날 계획이거나 떠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고용효과가 큰 백오피스센터 등 금융서비스 지원부문도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지방도시에서 폴란드 등 EU내 동구권 국가로 이전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영국 금융산업이 타격을 받는다고 해도 다른 유럽 도시들이 런던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영어 사용, 시장친화적인 규제 환경, 금융 인프라 등 런던이 가진 장점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영국에 집중돼 있던 금융중개기능 분산되는 등 유럽 내 금융산업이 위축되면서 뉴욕, 홍콩 등 다른 국제금융센터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중심지 런던이 맞은 위기가 금융중심지 부산에 주는 함의는 없는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