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얼어붙은 경기 심리가 20년 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96.5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BSI가 100(기준선)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100을 웃돌면 그 반대다.

이로써 기업 BSI는 지난해 6월 이후 19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특히 올해만 보면 단 1개월도 100을 넘지 못하고 부정적인 전망이 계속됐다. 한 해 동안 BSI가 한 번도 기준선을 넘지 못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과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연평균 BSI(93.5)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88.7) 이후 최저치다.

한경연은 ▷중국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상 마찰 ▷북핵 문제 ▷가계부채 급증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올해 기업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12월 BSI를 업종별로 보면 펄프·종이 및 가구(76.9), 음식류(96.2), 1차 금속 및 금속가공(81.3), 고무·플라스틱 및 비금속광물(85.0), 전자 및 통신장비(90.0) 등 대부분이 100에 미치지 못 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과거 경제 위기의 경우 기업 심리가 급격히 나빠져도 2, 3년 이후에는 위기 극복과 함께 회복됐지만, 최근에는 BSI가 장기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평균 BSI는 2012년 이후 6년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부정적인 기업 심리가 만성화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