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연합뉴스 사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그룹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4년 금호타이어가 정상화된 이후 2015년과 2016년 경영실적이 굉장히 악화됐다”며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금호타이어를 포기했고 재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금호타이어를 누가 인수해 경영하든지 정말 좋은 회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구두로 합의했던 금호타이어 상표권 무상양도를 거부하고 있다며 금호타이어에 대한 법정관리 청산 등의 법적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작업이 상표권 사용료 문제로 불발된 상황에서 박 회장이 상표권을 빌미로 금호타이어 재인수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이번에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산업은행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희망하는 대로 박 회장이 상표권을 무상으로 양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에서 그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협의를 하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을 박 회장이 무상 양도하면 법적으로 배임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앞으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금호고속터미널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사드를 비롯해 과거 메르스, 세월호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항공을 지렛대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그룹 리스크로 작용했다. 이제 타이어 인수라는 짐을 벗고 항공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회장의 발언 이후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각각 10.6%와 3.1% 상승 마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