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상공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이런 이유로 회원사의 회비로 대부분 운영되지만, 주요 수입원 중 하나는 국가 사무검증 대행 수수료 수입이다. 10년 전만 해도 수수료 수입이 전체 예산의 30%가 넘었다. 지금은 더욱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자격시험 수요가 줄어 예산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으로 감소했다.

부산상의에서 대행하는 시험 접수 현황 추이를 보면 지역 경제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상의는 국가를 대신해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활용능력 등 국가기술자격시험부터 무역영어, 한자 등 국가공인자격시험까지 대행업무를 한다.

대표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전산 관련 자격증인 워드프로세서 시험 접수자(정기·상설)는 2007년 15만4303명에서 지난해 1만1277명으로 13분의 1로 줄었다. 전문화된 지식이 필요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글속기 자격시험 응시자는 2007년 294명에서 지난해 956명으로 4배가량 늘었다. 방송사들이 자막방송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관공서 취업에 유리해 컴퓨터 속기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취업 준비생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결국, 자격증 시험은 취업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부산상의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2010년부터 시행한 K-TEST의 접수 현황을 보면 부산 기업의 신규채용 정도를 알 수 있다. K-TEST는 인·적성검사로 BNK금융그룹, 화승 등 지역 10여 개 기업이 신규직원 채용 시 필수적으로 시험을 치른다. 연도별 접수 현황을 보면 시행 첫해인 2007년 572명에서 2014년 5501명으로 10배까지 늘었다가 2015년 4426명, 지난해 3173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조선업 침체 등 지역 경제가 불황을 겪으면서 신규채용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부산상의의 위상도 자격증 시험과 궤를 같이한다. 1997년 200명에 달하던 직원 수가 70명가량으로 줄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장기 불황으로 상의 규모는 줄었지만, 보다 세분화된 지원을 요구하는 기업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