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한 글자를 두고 금융감독원의 운명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계류된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의 골자는 금감원 운영의 주요 재원인 ‘감독 분담금’을 준(準) 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분담금이냐, 부담금이냐. 둘은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천양지차입니다. 금감원은 금융기관들로부터 검사·감독을 수행하는 경비 명목으로 돈을 걷습니다. 이를 감독 분담금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 총액을 정하면 금감원이 분담금을 받지만, 부담금은 기재부가 각 항목을 통제하게 됩니다. 감독 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지정되면 금융위는 부과대상·요율을 변경할 때 기재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매년 다음 연도의 부담금운용계획서와 전년도의 부담금운용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감독분담금의 부과목적과 실태, 존치 필요성 등을 지속해서 점검·평가받아야 합니다.
감독 분담금은 금감원이 처음 설립된 1999년 548억 원에서 올해 2921억 원으로 5.3배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감독 분담금이 금감원 예산(3666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4%에서 79.7%로 38.3%포인트 늘었죠.
이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지난 9월 발표된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 결과가 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 9월 금감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금감원의 예산급증은 상위직급과 직위 수 과다, 국외 사무소 확대, 정원외 인력 운영, 인건비 및 복리성 경비 증가 등 방만 경영에 기인한다고 지목했습니다. 특히 감독분담금 급등은 감독관청인 금융위의 통제가 느슨하고 기재부와 국회 등 재정통제기관의 통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죠.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감독분담금을 부담금관리 기본법상 부담금으로 지정하는 등 효율적으로 관리·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금융위와 기재부가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김정우 의원이 지난 9일 이 법안을 발의해 국회 기재위가 심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이 법안을 검토한 국회 상임위의 생각은 엇갈립니다. 국회 기재위는 검토보고서에서 “금감원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감독분담금 증가는 금융기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만, 현실적으로 금감원의 감독·검사를 받는 금융기관이 이에 저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담금 지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금융위에 의해 예·결산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분담금의 부담금 지정으로 기재부에 의한 세입예산 통제가 추가될 경우 이중규제로 인해 금융감독기구의 기관 운영상·예산상 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산당국인 기재부와 금감원을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입법전쟁의 결론은 어떻게 나게 될까요.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