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판매 창구 일원화 영향
- 제조사·통신사 비용 전가 악순환
- 고가폰 구매 때 비싼 요금 권유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치솟으면서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높이는 강수를 썼지만 정책효과가 무색하다. 상당수 대리점은 신형 스마트폰 구매자에게 고가 요금제 가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 단말기 가격이 유독 비싼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떠오르고 있다.

21일 취재진이 이동통신사 대리점 및 판매점을 직접 조사한 결과, 아이폰8 갤럭시노트8을 구매할 때 ‘59요금제’로 불리는 고가 요금제를 권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판매점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아이폰X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 요금제 아래로는 판매할 수 없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통신사 정책이라고 했지만, 확인 결과 사실과 달랐다. 이는 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에 더 많은 수수료를 대리점에 지급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는 소비자가 선택한 요금제의 7%를 수수료로 대리점에 지급한다. 이 때문에 일부 판매점은 3개월 또는 6개월간 고가 요금제를 유지하면 ‘페이백’이라 불리는 현금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장에서는 이처럼 고가 요금제 유치에 나서는 한편, 단말기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출시일이 수개월만 지나도 스마트폰 가격이 20~30% 내려가지만,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날 미국 아마존에서는 삼성 갤럭시S8 S8+ 무약정폰을 600~650달러(65만7900~71만2700원)에 판매했다. 국내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같은 모델을 구입하려면 98만9000~121만9000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2배가량 비싼 셈이다. 같은 사이트에서 559달러(61만 원)인 LG G6 무약정폰은 국내에서 94만9800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 제공하는 광고를 잠금화면에 띄운 채 판매하는 같은 상품은 399달러(43만6000원)로 국내 가격의 절반 아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국내 스마트폰 판매를 통신사가 전담하는 구조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국 단말 유통구조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무약정폰 유통비율이 8%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평균은 5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통신 서비스만, 제조사는 휴대전화만 따로 판매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 시장과 단말기 시장에서 각각 경쟁이 활성화돼 결국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단말기 유통을 통신사가 사실상 독점하다 보니 기기 가격 경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최대 가전 유통업체 하이마트 관계자는 “자사의 단말기 판매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보니 가격 결정력이 없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지만, 제도가 어떻게 시행될지 몰라 미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