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코스닥 상장 후
- 1주당 7만6000원대로 뛰어

부산에 본사를 둔 한 제약회사가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항암치료제 전문업체인 ‘신라젠’으로 상장 이후 주가가 급상승하며 상장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코스닥 시가 총액 3위에 올랐다. 신라젠은 또 부산시가 투자한 기업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에 상장된 신라젠의 주가는 이날 7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5조540억 원으로 코스닥 3위 자리를 지켰다. 신라젠은 지난해 12월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가는 1만5000원이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섯 배 이상 올랐다. 지난달 16일 이후 코스닥 시가총액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신라젠은 2006년 부산대 산학협동관에서 둥지를 틀었다. 설립자인 부산대 황태호(약리학) 교수는 부산대 치과대학을 나온 뒤 의사의 길을 접고 대학원에서 생리학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암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던 황 교수는 당시 치과대학 후배와 제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신라젠을 설립했다. 황 교수는 현재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부산대 의대 기초과학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다. 황 교수에 이어 문은상 현 대표가 2014년부터 기업을 운영 중이다. 문 대표도 치과의사 출신으로 2010년 신라젠 투자자로 참여해 경영까지 맡게 됐다. 현재 본사는 부산 북구 부산지식산업센터에 있다.

신라젠 성장은 주된 이유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이다. 신라젠은 지난해 간암 치료제인 ‘펙사벡(Pexa-Vec)’ 상업화를 위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펙사벡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죽이는 항암 바이러스로 동시에 환자의 면역력을 유지해줘 ‘꿈의 신약’으로 불린다.

글로벌 임상 3상은 신약 출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자 글로벌 제약사들도 좀처럼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단계라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오는 2019년까지 임상 시험을 끝내고 2020년 펙사벡 상용화를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신라젠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과열된 분위기에 대해 신중함을 요구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신라젠이 아직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 임상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신라젠은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부산시가 출자해서 만든 ‘L&S 6호 Early Stage 투자조합’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시는 2010년부터 기술경쟁력은 있으나 일시적 자금난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매년 펀드 투자조합을 결성해 운영 중이다. 현재 17개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신라젠 연혁

2006년 3월 신라젠 설립

2007년 8월 간암 치료제 펙사벡 임상 1상 완료

2008년 8월 펙사벡 임상 2상 시작

2013년 5월 미국식약청 펙사벡 희귀의약품 지정

2014년 3월 부산시 투자

2016년 1월 페사벡 글로벌 임상 3상 시작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