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중국사업의 계약 성사를 위해 중국 혁명 원로 자제 그룹을 일컫는 태자당을 특별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수사국(FBI) 등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사건은 3년여 간의 조사 끝에 지난해 11월 JP모건이 벌금 약 2억 달러를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당시 미국 당국이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은 미국 기업이 외국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한 해외부패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권 특혜채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공채하면서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채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요.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감사원 조사 결과,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당락을 부당하게 뒤바꾼 것으로 드러났고 담당 간부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뒤늦게나마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등 7개 금융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 등 5개 금융 관련 공직 유관단체의 5년간 채용 절차 등 채용업무 전반을 점검합니다. 은행권은 이달 말까지 14개 국내 은행이 채용시스템 전반에 대해 자체 점검하기로 했고요.
높은 연봉과 안정적 복지를 보장하는 ‘신의 직장’에서 연이어 터져나온 채용 비리 사건은 수많은 청년을 좌절하고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시대에 숱한 밤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며 성실히 도전해온 이들에게 말이죠.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내걸었던 이 말은 우리 사회에서 그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채용특혜는 ‘청년의 꿈과 믿음을 짓밟은 죄’까지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다음 달 30일까지 신고를 받습니다. 공고 없이 특정인을 채용했거나, 서류·필기 점수 조작 등 최근 5년간 인사·채용과정의 비리는 모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는 이메일(fscgamsa@korea.kr)이나 우편(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09 금융위원회 감사담당관실), 전화(02-2100-2791, 2795)로 모두 가능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