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560억 달러 규모 유지
- 1년 넘는 경제 보복·피해 확산
- 당대회·한중 정상회담 앞두고
- 중국 측 정책 변화 가능성 분석

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560억 달러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협정을 오는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3일(한국시간) IMF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 보복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중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3일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 계약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규모는 560억 달러(64조 원, 3600억 위안), 기간은 3년으로 이전 계약과 동일하다.

2008년 첫 체결 이후 두 차례 연장된 한중 통화스와프는 지난 10일 자정에 만기가 됐지만 그동안 연장 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어 ‘안갯속’이었다. 이 총재는 “만기일에 최종 합의했으며 기술적 검토를 거쳐 이날 알린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형식으로는 신규로 계약했지만, 11일부터 발효가 되므로 실질적으로는 끊김이 없기에 연장 효과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비상시 원과 위안을 상대국 통화로 바꿔주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고 미국 등 주요국이 돈줄을 죄는 상황에 한국 경제에는 요긴한 외환위기 방어막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본과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맺은 전체 통화스와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중단되는 사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 역시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유지가 필요한 입장이었다.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 결정은 사드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으로서 지니는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통화스와프를 유지하며 경제동맹 관계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올해 3월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 또는 제한령)을 내린 이래 꼬여가던 양국 관계에 전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의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이 이뤄진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오는 18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제19차 당대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진용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대규모 정치 행사다. 일각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중국의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해왔다. 한중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정부 역시 이번 통화스와프 협정이 다른 분야의 교류협력으로 이어지는 기폭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사드, 북핵 협력 등 양국 간의 다른 현안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문받자 “한중 간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 합의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다른 분야에서도 한중 간 교류협력 관계가 조속히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