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환 본부장 대행 체제로
- 새 이사장 내정설 등 논란 속
- 한 달 이상 경영 공백 불가피

- 지주사법 국회 소위 상정 불구
- 추진 사령탑 없어 동력 떨어져

한국거래소가 ‘금융권 친박 실세’라고 불렸던 정찬우 이사장이 자진 사퇴한 데다 차기 이사장 공모 절차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사실상 ‘식물 상태’에 빠졌다. 지난 1년 동안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대약진하는 동안 이를 관리 감독하는 거래소는 오히려 CEO리스크에 시달리며 역동성과 방향성을 잃고 과거로 회귀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지역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 이사장이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이임식을 하고 물러났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후 11개월 만이며, 역대 이사장 중 최단 재임 기간이다. 애초 임기는 2019년 9월까지였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사의 표명 당시 차기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차기 이사장 인선을 맡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1차 지원자 공모를 끝내고도 안팎에서 잡음이 일자 최근 추가 지원자를 받기로 하면서 이달 말로 예정됐던 새 이사장 선임 임시주주총회가 한 달가량 늦춰졌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정 이사장이 퇴임 일정을 앞당겼고, 거래소는 이사장 공석 상태에 빠지면서 당분간 안상환 경영지원본부장 대행 체제로 조직을 꾸려갈 수밖에 없다.

이사장 공모 절차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모 일정과 후보자 명단 등을 모두 비공개로 진행해 ‘깜깜이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거래소가 최근 추가공모를 결정하면서 유력인사 내정설, 들러리 확대설 등 의혹만 커지고 있다. 거래소 노조 역시 이사장 공모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차기 이사장 추가 모집 기간은 19~26일이다. 다음 달 11일 서류심사, 24일 면접심사를 거쳐 다음 달 말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을 선임한다는 게 거래소의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특정인 내정설 등으로 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추후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 지역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편 ‘사실상 부산 이탈 의도’라는 지적까지 받으면서 거래소 측이 끈질기게 집착해온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근거 법률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일명 ‘KRX 지주사법’)도 논의 테이블에 다시 올려진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정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 재발의한 KRX 지주사법을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한다. 지난 2월 법안 처리에 실패한 이후 7개월 만에 논의되는 셈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이 사안을 추진하기 위해 2015년 4월 출범시킨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팀’을 사실상 해체한 데다, 임직원 역량을 결집해야 할 이사장도 공석인 상황이어서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이석주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