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위축으로 과잉경쟁 애로
- ‘소비 촉진’ 통해 파이 키워야
- 고등어 스낵 등 우수 가공품
- 대형마트서 판매 기회 제공을
- 일본 소비교육 벤치마킹 필요
- 어묵원료 연육 국산 사용 촉구

- ‘클러스터 헤드타워’ 추진 환영
- 식품·기술개발 전 민간과 소통

수산업계 생산자, 유통업자, 가공업자 등 모두 ‘수산식품 클러스터 헤드타워(Head Tower)’의 설립을 반기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으로 ‘수산물 소비 촉진’을 가장 먼저 꼽는다. 어획량이 늘고, 좋은 수산물 가공품을 만들고, 기반 시설이 완성되더라도 수산물 소비가 늘지 않으면 결국 한정된 파이 안에서 경쟁만 치열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산업계 현장에서는 클러스터 헤드 타워가 맡는 수출, 창업, 마케팅 지원 등의 핵심 기능들을 지금부터 이행하면서 향후 기관이 설립되면 규모를 더욱 키우고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직원들이 생선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수산물을 고차가공해 고부가가치를 얻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산물 소비 정체, 과잉 경쟁 등으로 말처럼 쉽지 않다는 업계의 목소리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첫째도 둘째도 수산물 소비 촉진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과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오해와 지난해 고등어 미세먼지 파동 등으로 수산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생산자, 유통업자, 가공업자 모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대형선망수협 김동현 유통경제 상무는 “올 하반기 들어 어획량이 나아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수산물 소비가 위축된 상태에서는 어획량이 늘어도 어가가 떨어져 창고로 직행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조합 차원에서 고등어를 스낵으로 만든 ‘고짱’이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시식 행사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도 기존의 대형마트 중심으로 구축된 유통망을 뚫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산 감천에 위치한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입주협의회 박순용 회장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수산물 소비 촉진정책이 현장의 유통·가공업체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며 “영세한 업체들이 수산가공품들을 개발하더라도 마케팅 부족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결국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간고등어, 건어포 등의 기존 제품으로 다시 돌아와 한정된 파이 안에서 덤핑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회사 등 단체 급식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씨엔아이의 이동훈 대표는 “방어·참치 스테이크, 아귀가라아게, 달고기까스 등의 제품을 만들어 레시피 책자 등을 각 기관의 영양사들에게 배포·홍보하고 있지만 학교 등에 납품이 쉽지 않아 청소년들의 수산물 소비 감소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중고 겪는 수산 유통·가공업체

부산시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의뢰해 전국의 수산식품 가공업체 200개 기업(부산 129개)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과 개별면접을 병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운영 애로 사항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항목이 있었다. ‘과잉경쟁으로 인한 피해’, ‘신규시장 개척의 어려움’, ‘제품 홍보’ 등 세 항목이 12.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판매가격 하락’, ‘제품 브랜드 개발 및 관리’, ‘원가·인건비 상승’이 뒤를 이었다.

부산 장림피혁단지에서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 씨는 “사실 수산물 관련 업체들이 기본적인 자금 조달 문제와 인력난을 해결하면 대부분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특히 제품을 만들어도 영세한 업체들은 대형마트, 편의점 관계자들과의 미팅조차 쉽지 않아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유통업체인 탑마트, 메가마트 등에서라도 따로 ‘부산수산가공식품진열대’등을 만들어 일정 기간 상품을 전시할 기회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호수산 김호수 대표는 “보통 수산물은 나이가 들면 다 알아서 먹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최근 젊은 층의 수산물 소비 감소가 특히 심각하다”며 “부산교육청이 부산지역 학교 급식에 부산 기업의 수산물 사용 비중을 늘리도록 독려하고 일본처럼 생선 가시 발라내기 등 수산물 소비 교육 정책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드타워에 대한 업계 목소리는

수산물 유통·가공업체인 ㈜대청홀푸드의 이태주 대표는 “수산 관련 기관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자칫 현장의 요구사항과 동떨어진 식품이나 기술 등을 개발할 수 있어 민간과의 소통과 협력을 대폭 늘렸으면 좋겠다”며 “기관이 설립되기 이전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가진 예산, 인력과 민간이 가진 효율성·속도·감각, 소비자와의 스킨십 능력 등을 활용해 정책에 반영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산업체 대표 B 씨는 “부산의 대표적 수산 가공품인 어묵도 사실 모두 연육을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 만들기 때문에 실제 국내 생산자와의 연계성은 거의 없다”며 “부산에서 생산되는 원료로 부산에서 가공·유통하는 제품을 개발해 어묵의 인기를 이어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 입주한 업체의 대표 C 씨는 “현재 이곳에서 업체를 운영하면서 교통이 좋지 않아 직원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클러스터 헤드타워가 조성되기 전부터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해가며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