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지만, 한국 해운업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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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 연합뉴스 |
한때 세계 7위의 위상을 자랑했던 국적선사 한진해운의 모항이었던 부산항은 외형상으로 환적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사상 첫 2000만 개 돌파가 눈앞에 보이지만, 외국 선사들의 역할이 커 이들에 존속이 심화되고 있다. 14조 원을 들인 부산신항 터미널 5개 중 4개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데 이어 외국 선사가 그 중심이 되고 있다. 정부가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최근 내놓은 한국해운진흥공사 설립 방안의 내용에는 가장 시급한 문제인 현대상선 살리기 방안이 없어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7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함으로써 나타난 올해 상반기까지 부산항 전체 물동량 중 외국 선사의 점유율은 66.0%로 지난해 동기 61.5%보다 4.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국적선사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8.5%에서 34.0%로 낮아졌다. 과거 부산항 물동량 처리 기준으로 8.8%를 차지했던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반사이익 대부분을 외국 선사가 챙긴 셈이다.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신생 SM상선이 외국 선사의 확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운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선복량(적재용량)도 비참할 정도로 추락했다. 지난해 8월 한진해운을 포함한 국적선사의 선복량은 105만 TEU였지만, 올해 8월 39만 TEU로 무려 62% 감소했다. 해운업계의 한 전문가는 “향후 글로벌 해운시장은 선복량이 100만 TEU 이상인 머스크 등 7개 선사가 주도할 전망인데, 한국은 이 체제에서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선사들이 외형을 빨리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M&A(인수합병)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며 “금융 잣대로 한진해운을 죽인 정부가 반성이 없다는 점에서 아직도 세계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발표한 해운진흥공사 설립 방안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납입자본금 3조1000억 원을 담당할 한국선박해양은 자본금 1조 원 중 현재 2000억 원 남짓 남았고, 자본금이 5500억 원인 한국해양보증보험(후순위)도 거의 한도를 소진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척당 건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며 선복량을 늘릴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청산 결정은 해운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출발점은 M&A를 통한 국적선사 선복량 증대”라고 충고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