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세’를 아시나요?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로봇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로봇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 세수 부족 등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세금을 걷자는 것이죠.
이달 초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로봇세가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 대기업과 중견기업 공제율을 기존 3%, 5%에서 각각 1%, 3%로 축소했습니다. 세액공제가 축소되는 대상이 바로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계 등에 투자하는 경우입니다. 외신은 이를 초기단계의 로봇세 도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로봇세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합니다. 대표적인 찬성론자인 빌 게이츠는 로봇세를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갖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부과하는 공해세와 비슷한 개념으로 간주합니다. 로봇 보유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로봇의 한계수익을 낮춤으로써 로봇 도입을 지연하자는 겁니다. 또 이로 인해 증대된 세수를 이용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지원하고, 고령자 돌봄·어린이 교육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 증대 사업을 시행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세 대상 로봇을 정의하기가 어렵고 로봇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중과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듭니다. 자동차 공장의 로봇과 항공기 탑승권 발급기계,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차별해서 과세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까지 고도화된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 로봇세 도입은 현재 태동기인 로봇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을 증대시킨 기업은 이미 법인세로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신기술에 의한 대규모 일자리 유실 우려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반복되는 주장일 뿐이며 역사적으로 일자리는 계속 증가해왔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한국은행의 ‘글로벌 로봇산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입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밀집도(531)는 세계 1위라고 합니다. 글로벌 로봇시장은 금융위기 이후(2010~2015년 중) 연평균 18% 내외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산업 자동화를 주도하면서 연평균 20% 늘어나고 서비스용 로봇도 가정 및 오락용을 중심으로 16%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책적 시사점도 적지 않습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로봇기술은 선진국과 상당한 기술격차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로봇 연관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노동 대체로 소별되는 일자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로봇산업에 따른 생산성 제고 및 성장 과실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소득 재분배기능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