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에서 ‘클리셰’처럼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서민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실수요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8·2 부동산 대책’과 이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지난 2일 정부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비율을 나란히 10%씩 줄여 40%로 묶기로 했죠.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실수요자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무주택자로,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 원 이하고, 6억 이하 주택을 사는 사람. 이들은 이번 대책에 따라 강화된 주택 담보 대출 규제를 받지 않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기대와 달리 이번 대책 발표 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책 발표 전에 이사 갈 목적으로 집을 계약해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이들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8·2대책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3일 이전에 계약한 일시적 2주택자는 기존 집을 2년 이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실수요자 소득 요건도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로 1000만 원 올렸습니다.

이제 논란은 사그러들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7000만 원 버는 사람이 서민이냐’, ‘무주택자나 1주택자면 다 실수요자 아니냐’, ‘내가 사면 투자고, 남이 사면 투기다’…. 여전히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을 겁니다. 다만 10여 일 만에 이렇게 보완책을 내놓기보다는 사전에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대책을 발표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책 발표 뒤 문의가 많았던 부분에 대해 정부가 정리한 답변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투기지역이 아닌 곳에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 신규로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 담보대출이 가능한가?

▶원칙적으로는 지역에 관계없이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등은 가능)에 대해서는 신규 담보대출이 안된다. 예외적으로 기존 주담대가 1건인 경우 2년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투기지역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투기지역 지정 이전에 중도금대출 LTV를 60% 받아도 나중에 잔금대출은 40%만 받게 되나?

▶은행을 바꾸지 않고 중도금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하는 경우엔 그대로 60%를 받을 수 있다. 은행을 변경하면 6억 원 초과 주택이거나 대출만기가 10년 이하이면 잔금대출의 LTV가 40%로 낮아진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