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때도 없던 판매 중단조치
- 당장 수급차질 빚은 제빵점
- 제품수량 줄이고 웃돈 구매
- 학교 급식도 계란 사용중지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이 15일 전국 모든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계란을 사용하는 식품·요식업계는 당장 이날부터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도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의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돼 3000마리 이상 규모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가 전격 중단된 가운데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이마트 부산 금정점 계란 판매코너에는 평소와 달리 계란 대신 라면과 스낵류가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난해 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물량이 달려 계란 제품 일부가 판매 중단된 적은 있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 등지에서 모든 계란 제품 판매가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계란을 사러 온 고객들은 ‘이마트 계란 협력농장은 대규모 농장으로 ‘피프로닐’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협력농장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읽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장을 보러 온 이옥자(63·부산 금정구) 씨는 “가족이 계란을 좋아해 마트에 올 때마다 꼭 사가는데, 계란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당분간은 소비자들이 사길 꺼리지 않겠느냐”며 “당장 집에 남은 계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 씨처럼 이미 사 놓은 계란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신선식품에 대한 환불 규정에 따라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많은 양의 계란을 사용하는 제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제빵업계는 지난 AI 사태 당시에도 계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등 애를 먹었다. 베이커리 전문 매장인 이흥용 과자점(부산 해운대구) 관계자는 “준비할 겨를도 없이 오늘 0시부터 갑작스럽게 계란 수급을 중단해 매우 당혹스럽다. 이 사태가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어 더 걱정이다. 기존 제품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꺼릴 것으로 보고 우리가 사용하는 경남 밀양 친환경 농장의 계란에 대해 유해성분 검사의뢰를 해놓았다. 며칠 안에 검사필증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의 빠리쟝베이커리도 계란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당장 16일부터 평소 100여 개에 달하는 제빵·제과 제품 수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할 처지다.

빠리쟝 김시환 부장은 “AI 파동 당시 평소의 배가 넘는 비용을 들여 계란을 공수했는데 이젠 아예 끊겼다. 정부 조사가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쌀처럼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인 계란을 제대로 관리 못 해 이 지경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요식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의 음식점은 요리 재료에서 아예 계란을 제외했다. 계란 수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한정자(여·70) 씨는 “최근 유럽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식단 재료에서 계란을 뺐다. 요리하는 입장에서 계란을 음식에 사용하기도 부담스럽고 손님들도 안 좋게 본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는 오는 17일까지 학교 급식에 계란류 사용 중지를 결정하고 이를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시교육청은 또 학교 급식 식재료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와 원산지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승희 김진룡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