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에 시달리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내국인 청년들의 외면에 따른 대안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되면서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급여는 내국인과 큰 차이가 없는데 차별은 할 수 없으니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는 21일 부울경지역 기업 중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160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관련 중소기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이유에 대해 응답 기업의 79.8%가 ‘내국인 근로자 채용이 어려워서’라고 답한 반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국인을 고용한다는 기업은 5.8%에 불과했다.

특히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만 이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임금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내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을 100%로 봤을 때 외국인은 91% 수준이라고 답했다. 80% 이하라고 답한 업체도 44.2%나 됐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내국인의 95.5%에 달했다. 기본급은 내국인 근로자가 평균 169만8000원, 외국인이 145만3000원이지만, 초과근무 수당과 현물급여 등은 외국인이 오히려 많아 내·외국인 간 임금 격차는 거의 없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숙소를 건립하거나 숙식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여기에다 제조업의 경우 장기간 근무에 따른 숙련도 제고가 필수적인데, 외국인 근로자는 근무기간이 한정적인 데다 이직률도 높아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사 기업의 58.6%는 외국인 최저임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해 ‘필요하지 않다’(19.8%)는 의견보다 훨씬 많았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40%에 달하는 부산 A기업의 대표는 “값싼 노동력이 장점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내국인을 못 구해 생산성 저하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을 감수하며 외국인을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차라리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의 10분의1 수준인 동남아로 이전하고 싶지만 그마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베트남의 월 최저임금은 2017년 기준으로 한화 13만~18만 원 선이다.

김기수 중기중앙회 부울지역본부장은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만큼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결을 위해 효과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내·외국인 월평균 임금 비교  자료: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월 평균 임금 기본급 통상수당 초과수당 현물급여 내국인 233만7000원 169만8000원 8만7000원 48만2000원 7만 원 외국인 223만1000원 145만3000원 3만8000원 57만2000원 16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