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 건설중단 위한 필수과정
- 조만간 다시 열릴 가능성 높아
- 일시 공사중단도 무산 아닌 보류

13일 열릴 예정이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일시 공사 중단 여부 결정을 위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이사회는 정부가 공사 완전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 개최 자체가 무산됨에 따라 공사 완전 중단 여부 결정을 위한 정부의 로드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3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백지화 촉구를 위한 시민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5·6호기에 대해 건설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을 하고,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최대 3개월의 일시 중단 기간 설문조사, TV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시민배심원단이 공사를 영구 중단할지, 아니면 재개할지 최종 판단을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이행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한수원에 보냈다. 한수원은 이 공문을 공사에 참여한 17개 업체에도 그대로 전달했다. 한수원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 UAE사업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3개월간의 공론화 기간 신고리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한 차례 논의했으나 의결은 하지 못했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공론화 기간 발생할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 등 유지·관리 비용을 검토하고, 이사회 의결을 위한 법적 근거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사회에는 신고리5·6호기 건설을 3개월간 중단할 경우 인건비 120억 원을 비롯해 총 1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내용 등이 보고됐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이사회에서 공사 일시 중단을 공식적으로 결정하거나 기업 배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신고리5·6호기 시공업체 등에 공사 일시 중단과 관련해 추가 작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기업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산업부가 한수원에 보낸 공문의 위법 소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산업부는 "에너지법 제4조에는 에너지 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 에너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돼 있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한수원 노조와 인근 주민들은 각각 회사 재정 손실과 지역 경제 악영향 등의 이유를 들어 이사회의 공사 중단 결정을 막겠다고 공언해왔다. 게다가 일부 원전 찬성론자는 이미 2조 원 이상 투입된 공정률 28.8%의 원전 공사를 중단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탈핵 정책 자체도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이날 한수원 이사회가 무산됨에 따라, 공사 일시 중단 안건 통과를 전제로 9명으로 구성될 공론화위원회 위원 선정에 착수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뒤로 밀리게 됐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는 언제든 다시 열릴 가능성이 커 일시 공사 중단 결정은 '무산'이 아닌 '잠정 보류'된 것이란 관측이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