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합동단속 돌입 이후
- 분양권 거래 일시적 중단
- 부산 분양권 전매율 22%
- 서울의 3배, 다운계약 기승
- 현금거래 흔적 안남기고
- 분산 인출 등으로 의심 피해
- 강하고 지속적인 단속 필요
28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륜 자이아파트 현장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명륜 자이아파트는 지난해 9월 분양 당시 평균 청약경쟁률이 523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곳으로,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에서 다운계약서 의심사례 266건을 적발해 지자체에 통보하면서 철퇴를 맞았다. 분양 이후 신고된 분양권 전매 총건수 296건 가운데 90%가 의심사례로 포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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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륜동 자이아파트 건설 현장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부동산 시세표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이날 본지 취재진이 현장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은 결과 10곳 중 8곳이 아예 문을 열지 않았고 나머지 2곳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점포 입구 매물 안내에서도 분양권 거래 표시는 사라졌다. 현장 근처의 한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정부 합동 단속 때부터 모두 문을 닫고 나오질 않아 거래가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소 측은 "세금이 많아서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거래가 안 되는 데다 지금은 모두 위축돼 매물을 내놓는 곳도 없다"며 "사고 싶으면 차라리 입주 때 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웃돈이 부른 다운계약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분양권이 거래되는 아파트 중 청약 당시 인기를 끌었던 단지는 명륜자이와 마찬가지로 1억 원 이상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상황이다. 특히 금정구 '장전 래미안'과 남구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등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입주를 앞둔 단지는 최근 분양한 단지보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상승분이 고스란히 웃돈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평형, 동·호수별로 2억 원이 넘는 웃돈이 붙은 세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웃돈이 많다 보니 높은 세금을 피하려고 분양권 거래 시 다운계약서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매도한 A 씨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부동산 중개인의 권유에 따라 거래금액을 실제 거래한 웃돈의 60%로 기재했다. 계약서에 작성한 금액만큼은 계좌이체를 통해 받고 나머지는 거래 당일 현금으로 받아 흔적을 없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단속을 피하고 양도소득세를 낮추기 위해 통상적으로 계약서에는 실제 거래가격의 40% 안팎으로 기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 거래 시 다운계약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분양권 거래할 때는 양도소득세가 많다 보니 다운계약서를 쓰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너무 낮게 쓰면 당국의 사정권에 들 수 있으므로 적당한 선에서 신고하는 게 불문율이고, 단속에 대비해 계약 당시부터 각종 증빙서류도 미리 갖춰놓는다"고 귀띔했다.
■ 뛰는 다운계약서, 기는 단속
다운계약서 작성은 탈세는 물론이고 가파른 투자자 수익률 상승이 투기세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부산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월별 거래원인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부산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비율은 22.3%로, 전국 평균 14.9%보다 크게 높았다. 지난해 강남 4구 전매 제한이 걸려 있던 서울(7%)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그만큼 다운계약서 작성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단속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단속에 대비해 현금으로 거래하고 이마저도 분산해 인출하는 등 거래 현장에서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각종 방법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 인력 역시 한정적이라 불시 단속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단속 담당 기관의 공통된 설명이다.
부산의 한 지자체 부동산 거래 담당자는 "국토교통부 등에서 통보가 오면 의심사례 거래 당사자에게 소명서류를 받아 검토하게 된다"며 "이때 매수자 매도자 부동산중개인이 입을 맞추고 계좌추적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는 게 없으면 의심은 가도 실제 적발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올해 1~5월 부산지역에서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적발된 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속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이것이 투기적 수요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져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제도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송이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