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부터 원로 접촉 등 물밑경쟁

부산 경제계를 대표하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뽑는 선거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군'이 서서히 압축되고 있다. 부산상의 회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통적으로 합의 추대를 통해 선출해 왔으나 이번에는 출마 예상 후보마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또 전임 회장 출신 등 지역 상공계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진 원로들의 '지원'을 받는 후보들이 나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6일 지역 상공계에 따르면 내년 회장 선거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인사는 모두 3명이다. 가장 먼저 출마 의지를 밝힌 인물은 와이씨텍 박수관(67) 회장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지역 상공인 및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지역 상공계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고 싶다"고 밝히는 등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다음 달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삼강금속 송정석(69) 회장 역시 지난달 말 가진 한 모임에서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부품 등이 불황을 겪고 있지만 차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간접적으로 회장 선거 출마의 뜻을 밝혔다. 송 회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으나 박 회장 등 다른 후보가 먼저 부상할 경우 출마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두 사람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태웅 허용도(69) 회장도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허 회장은 26일 가진 한 모임에서 "부산상의 회장은 벼슬이 아니다. 지역 경제계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면서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허 회장은 빠르면 27일 지역 상공인들과 모임을 갖고 회장 출마의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명 외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됐던 이들은 불출마를 공식화하거나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으면서 후보군에서 이탈하는 모양새다. 세정그룹 박순호(71) 회장과 은산해운항공 양재생(61) 회장은 여러 차례 고사의 뜻을 밝혔고, 동성그룹 백정호(59) 회장은 관련 발언을 일절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회장 후보군이 3명 정도로 압축되면서 재계에서는 이번 선거가 전임 회장 출신 원로들의 '대리전' 양상을 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 후보를 지원하는 원로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지지세력이 뚜렷하게 나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역 상공계의 한 인사는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독보적인 지지세력을 구축한 이는 없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있는 원로를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