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의 경영 공백 사태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지역의 중추적인 금융기관으로서 역할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경제의 '혈맥' 역할을 해온 BNK금융지주의 위축이 지역 체감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2일 부산지역 상공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엘시티 사태' 당시 BNK금융지주가 특혜성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지난 4월 18일 성세환 회장까지 구속된 후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는 거의 멈춰진 상태다. 지역 중추 금융기관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그에 따른 '돈맥경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들이 새로운 대형 사업을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기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는 BNK금융지주 조직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날 부산은행 본점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 개시,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관해 집중 토론했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 16일 성 회장의 보석 청구가 기각되자 경영 공백이 길어질 것이라는 조직 내부의 우려에 따라 열렸으며, 총 7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성 회장을 제외한 임원 6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성 회장의 구속이 경영진 교체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2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하고 다음 달 초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를 매듭짓기로 했다. BNK금융지주는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지난 4월 19일부터 비상경영체제로 운영 중이다. 회장 직무대행은 박재경 부사장이, 은행장 직무대행은 빈대인 부행장이 맡고 있다. 성 회장의 부산은행장 임기는 내년 3월, BNK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오는 2019년 3월까지다. 부산은행 노조도 최근 성명을 내고 안정적인 조직 개편과 순조로운 인선 절차를 위해 성 회장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조선과 조선기자재, 해운, 항만 등 주력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BNK금융 수뇌부의 공백이 지역 경제 전반의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병욱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