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재부 "정부 기금 출연 반대"
- 작년 발의됐으나 아직 통과 못해
해양수산부가 선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선원을 매력적인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한 '참(Charm) 선원 프로젝트'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내용인 선원 퇴직연금제도 도입 법안이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9개월째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정인화(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실은 대표 발의한 '선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개정 법률안 주요 내용은 ▷선박소유자는 소속 선원의 동의를 받아 퇴직연금 제도를 설정할 수 있다 ▷퇴직연금사업자는 퇴직연금 외에 별도로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정부는 장려금 지급에 필요한 기금 출연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다 등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기재부가 장려금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의 기금 출연을 반대하고 있다. '장려금'은 낸 것에 비해 2%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해수부와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한국선주협회는 지난 2014년 1월 제도 도입을 위한 '노사정 추진위원회'를 구성, 2015년 12월 정부에서 1%, 노사에서 1%를 각각 출연해 외항상선선원부터 우선 도입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외항상선선원의 2% 장려금 조성 시 448억 원의 출연금이 필요하다. 이후 내항, 원양, 연근해 선원 순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원퇴직연금 제도는 2003년부터 정부 출연기금 200억 원으로 시작한 과학기술인연금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과학기술발전장려금에 정부가 2000억 원 넘게 투입했고 연금을 운용하는 과학기술인공제회는 2016년 기준 회원 5만5000여 명에 자산 4조 원을 넘어섰다.
선원들과 해수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선원들의 장기 승선 유도, 외국인 선원 증가 해소,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 등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육상 근로자와 달리 선원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퇴직연금 가입에 대한 의무가 없는 데다 한국인 선원(해기사+부원) 3만7000여 명 중 83%가 단기 계약으로 퇴직금 적립과 활용이 어려워 평생을 선원으로 일하더라도 노후 생활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높다. 선원 중 50세 이상이 60% 정도를 차지해 장기적으로 세계 5위 해양대국의 위상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에 선원직 매력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동안 정부는 선원 수급정책 위주의 양적 정책만 신경 쓰다 보니 외국인 선원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학계에서도 복지를 늘리는 등의 질적 정책을 연구해 마련했지만 기재부의 경제 논리에 막혀 실제 정책으로 추진된 예가 거의 없었다.
한국해양대 전영우(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선원들은 가장 소외된 직군인 만큼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선원퇴직연금 제도는 오랜 시간 노사정의 의견 수렴을 통해 준비된 만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