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저격수' 김상조 전면배치
- 기업들 반발조짐에 질책 '제압'
- 전문가 "협력체계 시급" 입모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간 재계와 정부가 일자리 정책 등을 놓고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재계는 경제 민주화 정책을 앞세운 새 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에 몸을 바짝 낮춘 채 상황만 예의주시했고, 이 같은 기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재계가 협력 체제를 구축해 경제 현안의 실타래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국정기획자문위(사회분과)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9일 재계에 따르면 새 정부와 주요 경제단체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간 일부 사안을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하거나 '보이지 않는 갈등' 양상을 보였다. 우선 정부는 이 기간 '대기업 패싱(passing·배제)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 민주화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포함해 ▷비정규직 상한 비율을 초과한 대기업에 고용부담금 부과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추진 ▷각종 정책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배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내정 등 '재벌 저격수' 전면 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모두 재계 입장에서는 임금 비용 증가와 투자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상당히 부담스러운 정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영배 부회장이 지난달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 탓에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등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한 것도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격노'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직접 경총을 향해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때문에 재계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의 입지는 크게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 간 간담회(본지 지난 9일 자 13면 보도)가 문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인 지난 8일에야 이뤄진 것도 양측의 불편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확정 이후 각각 10일과 7일 만에 대기업 총수 및 경제단체를 만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전에 경제 5단체장과 만났다.

대한상의 측이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고 파문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간담회 당시 나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너무 이르다"는 발언도 정부를 향한 재계의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재계와 정부는 상호 협력적 관계에 있는 우리 경제의 뼈대로 볼 수 있다. 재계는 정경유착 등을 단절하기 위한 새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도 대기업과의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