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용 천막 사업하다 접고
- 레이저커팅기 등 기계 설치
- 1만원짜리 소형 공기청정기
- 그림자 안 생기는 스탠드 제작
- 발명품 만들고 창직 지원도
- 학생·직장인 대상 개발 교육
- "기술보다 콘텐츠 개발 중요"

3D 프린팅이 4차산업혁명의 대표 격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로 구현하는 콘텐츠다. 페버스로프트 박준홍(41) 대표는 3D 프린터 등 각종 기기 운영은 물론, 온갖 아이템을 만들어가며 학생과 직장인을 상대로 교육 중이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1만 원짜리 소형 공기청정기부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LED 스탠드까지 사업 아이템은 다양하다. 가상현실(VR)도 시제품 제작 공간 영역에 포함시켰다.

	페버스로프트 사무실에서 박준홍(사진 왼쪽) 대표와 창직 교육을 받고 있는 김은영·김현주 씨가 3D 프린터로 직접 만든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버려진 공간, '발명' 공간으로

박 대표는 로봇 기계 전공을 살려 발명 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박 대표는 "시제품 제작 기기는 온도와 습도 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장난 기계를 모두 고친 뒤 그동안 개발한 콘텐츠를 입혀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페버스로프트에는 현재 3D 프린터, 레이저커팅기 등 시제품 제작 기기들이 모였다. 설계도를 그려 나무를 가공하고, 그 안에 각종 부품을 집어넣어 다양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다. 박 대표는 나무를 가공하며 생기는 분진을 해소하기 위해 3000원짜리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 자동차 필터를 몇 개 구해 나무로 틀을 만들어 집어넣으면 기계에서 나오는 분진 정도는 충분히 거를 수 있다.

학교와의 연계도 활발하다. 현재 박 대표는 경남고와 연계해 실내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를 통해 학생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미세먼지 제거 방안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선풍기 뒤에 먼지가 가장 많이 모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분진막을 가공해 선풍기 뒤에 다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종 과학 원리를 배운 뒤 각 교실마다 배치된 선풍기에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분진막을 직접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경남고 학생들은 시중에서 5만 원에 살 수 있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재료비 3만 원으로 직접 만드는 등 다양한 제품 제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난감을 직접 만들게 한 뒤 원심력과 구심력을 직접 이해할 수 있도록 돕거나, 디자인팀과 연계해 인두작업을 위한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LED 스탠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속품부터 VR까지

	페버스로프트에서 만든 무풍선풍기(왼쪽)와 공기청정기(중간). 전민철 기자

박 대표를 거쳐간 창직자들도 사업 1년 사이에 4명이나 된다. 시제품 제작 기기를 운용할 줄 알며, 이 기계를 통해 각종 아이템을 개발해 이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다. 김은영(여·42) 씨와 김현주(여·45) 씨는 현재 페버스로프트에서 박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다. 유명 캐릭터를 연습삼아 만들거나, 박 대표의 콘텐츠 개발 비법을 배우고 있다. 박 대표는 "일종의 창직 개념으로, 3D 프린터 등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먼저 거쳐간 두 명의 창직자도 현재 지역을 벗어나 활발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3D 프린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속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테면 3D 프린터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고, 3D 프린터에 투입되는 끈 형태의 필라멘트의 꼬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가상현실 도입이다. 독일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모델을 직접 만드는 체험 활동 개념이다. 이를테면 건물을 만들기를 원하는 학생은 소프트웨어로 모델을 만들고, VR 기기를 착용해 홀로그램 형태로 건물을 입체 영상으로 임의로 뜯어보거나 조립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학생들의 연령대별로 VR 장비를 준비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사업'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

박 대표는 2010년 산업용 천막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고, 국내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점포 형태로 운영되는 산업용 천막 사업에서 벗어나 건설 등에 활용되는 대규모 천막 설계 사업을 벌였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개발이 중요하지만, 매출 2억 원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마케팅이나 영업 등 사업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전 사업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재기를 위해 이전 사업은 폐업하고 전공을 살린 신기술 영역으로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전 사업에도 3D 프린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을 바탕으로 재창업에 도전했다. 이미 기기 작동 원리는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박 대표는 "우선 목표는 매출 2억 원까지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다"며 "시제품 제작 과정은 콘텐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