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해선사와 HMM+K2 결성
- 최대 해운동맹 2M과 협업
- 해외 터미널 5곳으로 확대
- 화물 연간 728만 TEU 처리

- 부채비율 2007%→411%로
- 초대형 유조선 5척도 발주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사회생한 원양 국적선사 중 맏형인 현대상선이 전방위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양 국적선사 중 맏형인 현대상선이 올해 초부터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강화한 결과, 지난 4월 부산항에서 월간 물량 역대 최고치인 6m짜리 컨테이너 15만 개를 달성했다. 사진은 컨테이너를 만재한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이 부산신항에 접안하고 있다. 현대상선 제공

우선 미주, 구주를 비롯 아주지역까지 촘촘하게 항로를 확대하며 해운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지난 3월 국내 근해선사들과 'HMM+K2 컨소시엄'을 통해 아시아지역 역내 지선망의 추가 확보와 4월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의 얼라이언스(2M+H )를 통해 미주, 구주지역 등 동서항로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원양선사와 근해선사 간의 상생 협력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HMM+K2 컨소시엄'을 통해 현대상선은 초대형 글로벌 선사에 대응하는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근해선사들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아시아 역내항로와 인도항로 이용이 가능해져 안정된 선복과 비용 경쟁력으로 항로 확대의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컨소시엄은 향후 공동 운항과 기기 공유는 물론 항만 공동투자까지 단계별로 협력 범위가 확대된다.

'2M+H 얼라이언스'를 시작한 현대상선은 기존 G6 얼라이언스보다 전체 선복량이 20% 늘었다. 미주 서안은 50% 증가했다. 특히 현대상선이 강점을 가진 미주 서안노선 단독운영 항로가 2개에서 3개로 확대됐으며, 2M의 경쟁력 있는 네트워크와 초대형 선박 활용이 가능해져 보다 다양한 서비스와 안정적인 수익 개선 기반을 확보했다.

현대상선은 항만 네트워크를 크게 확대해 영업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유럽, 아프리카, 남미를 교차하는 전략적 물류 요충지인 스페인 알헤시라스터미널을 인수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미국 롱비치터미널, 일본, 대만 등 총 5곳의 한진해운이 보유하던 해외터미널을 확보해 터미널 경쟁력을 강화했다.

기존 미국, 대만, 네덜란드 등 4곳에 터미널을 보유한 현대상선은 연간 터미널 처리 물동량이 지난해 307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올해 421만TEU 증가해 총 728만TEU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의 이번 터미널 확보는 항만 네트워크 확대뿐 아니라 비용 중 30%를 차지하는 하역료 절감 효과가 커 국적 선사로서의 영업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됐다. 2015년 말 기준 2007%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에 411%로 대폭 축소됐다.

이 같은 결과는 신용평가사들의 긍정적 평가로 이어져 지난 2월 신용등급이 기존 'D'에서 'BB'등급으로 상향됐으며, 향후 지속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지면 추가 상향 가능성도 커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신용도 상승으로 현대상선은 신규 입찰 가능 및 영업 협상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현대상선은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인 한국선박해양과 지난 3월 자본확충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영구전환사채(CB) 및 유상증자 발행, 선박매각으로 최근 8500억 원의 유동성자금 추가 확보와 자본 확충이 이뤄져 재무구조는 한층 더 개선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상선은 또한 해운항만 네트워크 확대, 재무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선대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난 4월 30만t급 이상의 초대형 유조선(VLCC) 5척을 발주하기로 했다. 옵션까지 행사할 경우 최대 10척까지 발주 가능하다.

현대상선의 모태인 유조선 부문은 그동안 안정적 수익과 영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되어 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대적으로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에도 지켜낸 사업 부문이다. 앞으로 현대상선은 유조선 부문 확대를 통해 사업다각화도 적극적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현대상선의 노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외 화주들의 강한 신뢰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마무리 단계에 있는 미주지역 화주들과의 연간계약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하는 등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항 처리 물량도 지난 3월 41개월 만에 13만TEU를 넘어섰으며,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2% 증가한 15만TEU를 돌파했다.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부산항 처리 물량의 올해 목표인 150만TEU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HMM+K2 컨소시엄'으로 아주지역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산항에도 공간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인도 베트남 등 해외터미널 추가 확보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어깨가 무거워진 현대상선이 해운항만 네트워크 확대, 재무구조 개선, 선대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우리나라 해운업의 위상도 조만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어려울 때 구원투수 복귀…경쟁력 강화 올인
　
■ 현대상선 유창근 사장

- 현대서 잔뼈 굵은 해운맨
- 내실 경영 8개월 만에 성과
- 4월 물동량 15만개 넘어서
- 영업력·선대 개편에 집중

유창근(64·사진) 현대상선 사장은 한진해운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해운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현대상선의 구원투수로 지난해 9월 사장 자리로 복귀했다.

그는 현대종합상사와 현대건설을 거쳐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한 그는 구주본부장, 컨테이너사업부문장을 거쳐 2012년 11월~2014년 4월 사장을 역임한 해운분야 전문가다.

현대상선 사장 복귀 후 그는 당면한 경쟁력 강화에 몰입했다. 지난 3월 근해선사인 장금상선·흥아해운과 'HMM+K2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생 협력방안을 성공적으로 마련했고,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어 그물망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이 같은 경쟁력 강화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월 단위로 부산항 처리물량이 가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 월 8만~9만 개에 머물다 9월에 10만2000개, 10~12월 11만 개까지 늘었다.

올해 들어 1월 12만4000개, 2월 12만3000개, 3월 13만 개에 이르렀다. 13만 개를 넘어선 것은 2013년 10월 이후 41개월 만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4월에는 15만 개를 넘어 가파른 물동량 상승세를 보였다.

유 사장은 " 유럽시장이 요즘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아시아 신흥국들의 물동량이 늘고 있어 수요 측면에서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해운업계의 수급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규 선박 발주를 통한 몸집 불리기보다는 당분간 내실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운항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영업경쟁력 강화와 그동안 안정적 수익에 크게 기여한 초대형 유조선(VLCC) 확보 등 선대 개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모든 선박은 2020년까지 황산화물 배출량을 지금의 7분의 1 수준인 0.5%까지 줄여야 한다. 그는 "머스크가 세계 1위로 부동의 해운사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초대형 선박을 미리 확보해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운임만 어느 정도 회복돼 받쳐준다면 올해는 주간 또는 월간 흑자를, 내년 하반기쯤에 분기 흑자를 내고, 2019년에 연간 흑자 달성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흑자 전환에만 올인하지는 않고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집중해 경쟁력을 갖춘 해운사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