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도 내달부터 현금결제
- "2차 협력사 30일 내 대금지급"
- '하청업체 밀집' 지역상공계 환영
중소기업 자금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업체들의 숨통을 막아 온 약속어음이 새 정부에서 단계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어음 폐지' 공약에 맞춰 정부가 관련 작업에 착수한 데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일부 대기업도 하청업체에 대한 어음 결제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중소기업청은 약속어음을 전자어음으로 대체하거나 매출채권 보험을 확대하는 등 약속어음 제도에 대한 대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 정부의 주요 중소기업 정책으로 약속어음과 연대보증 등의 폐지를 약속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청의 이번 결정은 '을'의 입장에 있는 남품업체 등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 당국뿐 아니라 민간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날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30일 이내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프로세스를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어음 거래가 사라져 2차 협력사의 자금 순환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하나·신한·국민은행과 5000억 원 규모의 '물대(물품대금) 지원펀드'를 조성해 1차 협력사가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은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어음으로 고통받은 중소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약속어음은 미래 특정 시점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어음의 한 종류다. 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 대금을 지급하거나 중소기업 간 대금 결제 시 사용된다. 어음발행 기업이 거래 관계상 '갑'의 지위를 악용해 지급 시기를 미룰 경우 납품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음 결제 기일은 평균 107.9일이나 됐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 등 대기업 하청 업체가 밀집해 있는 부산의 경우 부실 약속어음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상존해 있다는 점에서 지역 상공계는 정부의 정책을 크게 반기고 있다. 실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는 부산지역 상당수의 조선기자재 업체가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어음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바람에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약속어음이 폐지된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원청업체의 부도에 따른 연쇄도산의 우려도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약속어음이 기업 간 신용 창출을 통해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고, 현재 중소기업 간 어음 거래규모도 상당한 만큼 즉각적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을 통한 단계적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병욱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