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해양수산업계·시민단체
- 청와대 직제개편 한목소리 비판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해양수산부의 기능 강화를 약속해놓고 지난 1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 정책을 조율하는 해양수산비서관 직제를 없애고 농업비서관을 농어업비서관으로 개편했다. 당선 하루 만에 공약을 팽개친 것이다.
부산지역 해양수산업계는 "전임 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던 해양수산비서관을 없애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과연 새 정부의 해양수산 관련 정책의 로드맵과 비전이 도대체 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 한 전문가는 "21세기 해양강국들은 해양행정조직을 통합,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있던 직제조차 없애는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백악관 내 국가해양위원회(NOC)가 정책조정기능을 수행하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중국도 2013년 해양정책의 주무기관인 국가해양국(SOA)이 국가해양위원회의 운영을 맡아 해양통합행정기관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해양강국 이웃 일본은 2007년 해양기본법을 제정해 총리가 모든 국무대신이 참여하는 해양종합정책본부를 출범시켜 본부장으로 직접 해양전략을 통일적으로 지휘하고 있어 해양정책이 범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캐나다도 해양정책의 주무부처인 수산해양부가 자체적으로 해양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UN도 2015년 지속개발가능목표(SDCs) 17개 중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양과 해양자원의 보존'을 포함해 해양수산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경우 부분적, 점진적인 정책대응보다는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정책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해양수산비서관 직제를 없앤 것은 국내 해양수산행정의 현실을 망각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해양, 해운물류, 해사안전, 항만, 수산 등 5대 분야의 해양수산행정은 정치(국방 포함), 경제, 사회, 기술, 환경, 자원 및 에너지 등의 국내외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존재하고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강력한 정책조정기능을 가진 해양수산비서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류동근 해양대 교수는 "국내 해양산업은 국내총생산의 8%를 차지하며 해양자원은 앞으로 200년~1만 년 활용가능하다"며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선 해양정책의 컨트롤타워와 함께 강력한 정책조정기능을 발휘할 해양수산비서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사하갑) 국회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도 해양수산비서관이 없었다. 노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 출신인 데다 당시 여당 실세였던 신상우 장관이 초대장관을 역임해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양수산비서관의 역할까지 했다. 이번에도 당시와 유사한 상황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과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지난 12일 긴급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없던 해양수산비서관 직제가 해양수산계의 요구로 만들어졌는데 해양수산분야를 강화하겠다던 새 정부가 이를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