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 중인 예보·주금공도 반기
- 타 금융 공기업도 법원에 소송
- 대선 후 원점회귀 불가피할 듯
박근혜 정부에서 반강제적으로 도입됐거나 추진된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5·9 대통령선거' 이후 폐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의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의지는 희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즉각 폐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노사 협의 없이 도입된 경우 재협의한다는 입장이다. 성과연봉제는 연공서열을 바탕으로 한 호봉제 중심의 보수 체계에서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금융개혁의 상징으로 꼽혔지만 금융권 종사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반발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다. 예보는 지난해 4월 29일 노사합의로 도입을 결정했으며, 올해 1월부터 성과연봉제가 시행되고 있다. 예보 노조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성과연봉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보 노조가 최근 조합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58명 중 95%가 성과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뿐만 아니라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노조도 "향후 성과연봉제 폐지 등 정부방침이 바뀌면 공사 노조도 이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 공공기관 중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곳은 예보와 주금공 두 곳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금융공기업인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은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도입을 결정했으며, 이에 대해 노조가 법원에 효력정지 소송을 낸 상태다.
은행권도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시중은행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을 준비해왔다. 부·팀·지점의 성과평가 방식을 개인으로 확대하고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페이밴드(Pay Band)'를 운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6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연차총회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대선후보들도 호봉제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아닌 만큼 어떤 형태건 성과제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