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관광객에 지나친 편중
- 6년간 2배 늘어 작년 30% 넘어
- 미국 일본 등은 줄어들거나 정체
- 中 사드 보복 본격화 나서면서
- 크루즈선 기항 취소 등 직격탄
- 장기화 땐 올 9100억 손실 전망
- 프로모션 강화·제도 개선 필요
부산의 관광 산업이 올 들어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처 탓에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은 '사드 보복'에 따른 타격이 가장 큰 업종으로 꼽힌다. 유커들의 방문이 면세점과 지역상권, 숙박시설의 매출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중국의 치졸한 행태가 부산 관광 산업의 위기를 불러 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그간 부산이 '유커 특수'라는 달콤함에 취해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의존도를 과도하게 높여왔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의 위기를 불러 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본지는 '한국 경제, G2 대안을 찾자' 시리즈 중 두 번째 순서로 부산 관광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사드 보복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등을 짚어봤다.
■6년간 中 관광객 비중만 급등
"유커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우리나라의 관광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사드 보복)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추광호 산업본부장이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사드 보복에 따른 국내 관광산업의 피해 등을 거론하며 한 말이다. 해외 관광객 유치를 다변화하는 등 '리스크 분산'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의 유커 비중을 보면 이 같은 지적이 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일 본지 취재팀이 부산관광공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유커가 차지한 비중은 최근 6년간 배 이상 확대됐다. 2010년 유커 수는 25만8309명으로 그 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5.2%를 차지했다. 그 이후 해당 비율은 '2011년 14.5%→2012년 16.7%→2013년 22.9%→2014년 27.2%'로 꾸준히 상승했다. 2015년에는 26.4%로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해(31.7%·전체 296만6376명 중 93만9987명)에는 역대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지난 10년간 중국 정부가 추진한 해외여행 규제 완화와 부산의 관광 여건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이 증가세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같은 기간 일본인 관광객 등의 부산 방문이 유커들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다. 일본 역시 중국처럼 최근 수년간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적극 권장했다. 부산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10년만 해도 55만3007명으로 같은 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2.5%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1년 31.3%→2012년 30.0%→2013년 24.6%→2014년 19.1%→2015년 17.6%'로 갈수록 줄더니, 지난해(47만9089명)에는 16.2%까지 낮아졌다.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의 부산 방문 흐름이 'X자' 형태로 뒤바뀐 것이다.
다른 국가의 관광객 비중이 정체 상태에 있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힌다.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부산 방문이 많은 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2010년 7.3%에서 지난해 6.6%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캐나다(2.2%→1.6%) ▷영국(1.6%→1.4%) ▷태국(1.8%→2.0%) ▷싱가포르(0.8%→0.9%) 등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관광객 유치 다변화에 힘 쏟아야
부산 관광 업계의 최대 손님인 유커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커들의 방문이 단순히 관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화장품·숙박·항공·크루즈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업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부산이 '유커 붙잡기'에 치우친 나머지 해외 관광객 다변화 정책 등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결과로 이어졌다.
동의대 김성태(경영학과) 교수는 "부산의 유커 비중은 서울 명동이나 제주도 등지와 비교해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부산시를 포함한 정책 당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미흡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이 누리는 유커 특수가 언제든지 리스크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재의 유커 비중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처가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경우 부산 관광 산업의 손실액은 총 9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감소로 3900억 원, 일반 관광객 감소로 520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가정 하에 나온 것이다. 올해 유커 감소율도 무려 70.0%(2016년 93만9987명→2017년 28만1996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산 관광 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산을 포함해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에 1250억 원의 경영안전 자금을 지원하기로 지난달 결정했지만, 이는 단기 처방일뿐 중국의 규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유커 비중 축소 등 중장기 체질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방안으로는 ▷해외 관광객 유치 다변화를 위한 부산시의 인적·물적 투자 확대 ▷지역 홍보를 위한 프로모션 강화 ▷무비자 체류 허용 등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제도 개선 ▷지역 특화형 관광상품 개발 ▷민간 차원의 관광인력 확충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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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