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자금이 부족한 창업기업이 은행 대출에서 벗어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은행의 깐깐한 대출 문턱을 넘기는 창업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반면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 등으로부터 수익 모델을 함께 고민하며 지분을 통해 투자를 받는 게 창업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부담이 적다. 민간 영역에서 활동 중인 엔젤투자자들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통해 창업 생태계를 차곡차곡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강종수 콜즈 다이나믹스 대표
창업 활발해야 좋은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직원들 내부 역량 우수
# 최영찬 선보앤젤파트너스 대표
- 부산 제조업 기반 풍부 경쟁력 갖춰
- 유수대학과 연계 AI·IT 신기술 발굴
# 김혜경 비스퀘어 대표
- 창업→성장→매각→창업이 롤모델
- 부산도 기업 사고파는 시장 형성돼야
# 김병기 부산시 신성장산업국장
- 부산시 1조원 창업펀드 조성 계획
- 판로개척·해외진출 적극 지원 방침
# 김영섭 부경대 총장
- 대학도 상아탑서 기술 공급 기지로
- 아태지역 최고 R&BD 허브구축 추진
# 권혁태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대표
- 아시아 최대 임팩트 펀드 조성 준비
- 사회적 문제 해결이 소셜벤처 영역
■좋은 일자리 열릴 것
극초기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 콜즈 다이나믹스 강종수 대표는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 대표는 "창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진로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직 자체가 세분화된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서 맡는 업무의 영역은 훨씬 크다. IT 개발 업무는 전문 영역에 들어가지만, 개발 과정에서 시장에 맞는 기술을 조언하거나 각종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콜즈 다이나믹스 내부 직원들도 상당한 역량을 지녔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윤임(25·여) 미디에이터는 대학교 교환학생 신분으로 싱가포르 백화점 MD로 들어가 매출에서 상당한 실적을 거뒀다. 강 대표는 이 미디에이터를 영입해 콜즈 다이나믹스 브랜드 마케팅을 맡기는 한편, 투자 기업의 마케팅 업무까지 담당토록 했다.
강 대표는 "창업기업의 팀 구성이 미약한 경우가 많아 우리 직원이 투자 기업 내부에 들어가 마케팅 기술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해 일정 수준까지 기업을 키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제조업, 스타트업 기술로 도약
헬멧에 각종 IT 기술을 접목해 근로자의 생체 리듬을 파악해 제조업 생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대기업 현장에 접목되고 있으며, 영상기반 분석장비나 초소형 전동공구, 자동 용접로봇 등 스타트업 기술이 지역 제조업에 스며들고 있다.
센탑에 입주한 액셀러레이터 비스퀘어 김혜경 대표와 선보앤젤파트너스 최영찬 대표는 스타트업이 내놓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역 제조업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술 아이디어가 풍부한 대전은 제조업 기반이 풍부한 부산을 부러워하고 있다. 부산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며 "울산과학기술대학(UNIST) 등 유수 대학과 연계해 인공지능(AI)과 각종 IT 신기술을 발굴하고 있으며 제조업과의 연계성에 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최 대표와 의견을 같이 한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창업으로 성장 궤도에 오르고, 기업을 팔고 다시 창업에 뛰어드는 이상적인 형태의 시장이 지역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믿음이다. 김 대표는 "기업을 사고 파는 시장이 생기면 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을 통해 제조기반 기술력을 등에 업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이런 형태의 협업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10년, 창업 1조 원 펀드 육성할 것
부산시도 창업 생태계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시 김병기 신성장산업국장은 "2030년 1조 원 창업 펀드를 만들어 아시아 제1의 창업도시를 만들 계획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는 창업지원주택, 시제품제작소 등 창업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특히, 창업에 특화된 법무 회계 관련 분야가 아직 부산에 정착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제대로 된 거점 공간을 만들어 이들 시스템을 부산시에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 국장은 "문현금융단지와 부전동 궁리마루 부지 등을 물색 중"이라며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은 물론, 창업과 관련한 전문가 집단이 들어간 거점 공간을 만들 것"이라며 "이들이 들어오면 공간 안에 다양한 형태의 창업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육성하고,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판로개척 및 해외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 국장은 "창업 생태계는 철저히 민간 중심이 돼야 한다"며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창업지원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상아탑' 대학, 새 패러다임으로
대학에 요구되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 동안 대학이 '상아탑' 기능에 머물렀다면, 앞으로의 대학은 기술력을 공급하며 창업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부경대는 현재 새롭게 부각하는 대학의 역할을 바꿔나가고 있다.
부경대 김영섭 총장은 "청년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계획이 필요하다"며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창업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캠퍼스의 청년들이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분위기를 대학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경대는 현재 용당 캠퍼스를 중심으로 기술 창업 거점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부경대는 2015년 대학 산학연 연구단지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오는 2024년 아태지역 최고 R&BD 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총장은 "창업을 원하는 대학생은 학업에 몰두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강조하면 안된다"며 "창업 관련 학과를 대폭 늘려 청년들이 도서관보다 창업 현장에 나가도록 배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경대는 기존 7학점으로 배정한 창업 관련 과목을 올해 더 늘릴 계획이다.
■임팩트 투자, 부산서도 경쟁력 충분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권혁태 대표는 아시아 최대 임팩트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권 대표는 "쓰레기통에 태양열 발전기를 달아 압축하고, 꽉 찬 쓰레기통 정보가 수거차량에 지도로 뜨는 기술은 임팩트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쓰레기 수거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수거차량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매연까지 감소한다"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은 모두 임팩트 투자"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부산에서도 임팩트 투자가 충분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노인 일자리 창출이 주된 목적인 사회적 기업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가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프레임 안에 소셜벤처를 포함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 대표는 "소셜벤처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가정용 난방텐트나 노인용 음성메신저 개발 처럼 환경 고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는 모두 소셜벤처 영역이다"고 설명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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