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재편·1000명 감원 자구도
- 불발 땐 사전회생계획제 추진
- 정상화 후 매각…'빅2'체제 검토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 원을 새로 지원한다. 2015년 10월 4조2000억 원을 투입한 뒤 1년5개월 만이다. 신규자금, 출자전환, 만기연장을 포함하면 약 7조 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신규자금 2조9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23일 밝혔다.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 결과 최대 부족자금이 내년까지 5조1000억 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앞서 지원된 4조2000억 원 중 현재 남은 4000억 원과 채무조정액 등을 제외한 2조9000억 원을 산은과 수은이 50%씩 분담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대우조선이 다음 달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4400억 원을 비롯해 올해 9400억 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지만 소난골 드릴십 인도협상 부진, 자산매각 지연 등으로 2분기 중 유동성 부족이 현실화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은 시중은행 및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합의와 대우조선의 자구노력 추진 등 자율적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채무조정안으로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약 1조5000억 원에 대해 50%는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50%는 만기연장을 진행한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무담보채권(7000억 원)은 80%를 출자전환, 20%는 만기연장을 한다. 산은과 수은의 무담보채권(1조6000억 원)은 100% 출자전환한다.

대우조선의 자구노력 방안도 추진된다. 해양플랜트 사업을 사실상 정리하고 상선, 수출방산 사업 등에 집중하는 사업재편을 가속화한다. 노사는 무쟁의·무분규 원칙을 유지하면서 올해 임직원 임금반납, 무급휴직 등으로 총인건비를 지난해보다 25% 감축하고 지난해 말 1만 명 수준인 직영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이는 안이다.

또 시중은행·사채권자 등의 출자전환주식이 필요할 경우 원활하게 현금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으로 대우조선 주식거래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책은행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충분한 수준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데 합의하는 경우 부족 유동성을 적기 공급해 수익창출이 가능한 경영구조로 전환시켜나가는 것이 국민경제적 부담 및 부실 최소화 차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채권단의 자율적 채무조정방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의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Pre-Packaged Plan)를 추진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P플랜은 신규자금을 지원하지만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기업회생방식이다.

한편 정부는 대우조선이 M&A 등을 통해 주인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저가수주·과잉공급 해소를 위해 국내 조선산업을 현재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최정현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