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철 대표 초기 어려움 딛고
- 매년 매출 늘어 작년 75억 원
- 제품 생산은 외주업체 맡기고
- 디자인 집중, 특허 100건 달해
- 크라우드 펀딩 사업체 만들어
- 개인간 직거래로 자금 투자
- 후배 창업가 돕는 활동 활발
창업투자 불모지 부산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기업인이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업체는 천장재 제조업체 젠픽스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티면서 "이제야 사업 감을 잡았다"는 권영철(38) 대표는 앞으로 3년 안에 코스닥 또는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그는 사업 초기 흘렸던 눈물을 후배 창업가가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현재 활발한 스타트업 보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권 대표는 최근 일기 시작한 지역 창업투자의 산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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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픽스 권영철(오른쪽 두 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막일로 버텼다"
천장재 제조업체에서 일을 했던 권 대표는, 10년 전 직장 생활 도중 획득한 특허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천장재에 디자인을 입힌 것으로, 국내 최초 기술이다. 하지만 젠픽스라는 명의의 법인 매출은 초기 2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권 대표는 디자인과 기획 업무 등 당시 3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직원 월급을 미룰 수는 없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들었다. 욕실 수납장이나 변기 등 주택 인테리어 공사를 따내 직접 막노동을 한 것이다. 당시 고용했던 직원들은 천장재에 들어갈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사무 업무를 맡았다.
다행히 매출은 사업 3년차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천장에 젠픽스의 디자인을 입힌 제품이 들어갔다. 이후 회사 매출은 첫해 4억 원을 달성한 뒤 이듬해 9억 원 등 해마다 뛰어 지난해 75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3년 뒤 젠픽스는 본격 상장에 들어갈 방침이다.
■독특한 사업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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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대표가 천장재 표면처리 질감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
강서구 강동동에 자리잡은 젠픽스 본사이자 생산 공장에는 생산 직원은 두 명에 불과하다. 보통 제조업체의 생산인력과 사무직 비중은 9대 1의 비중을 이루고 있으나, 젠픽스는 반대다. 전체 26명의 직원 중 단 두 명이 생산직이며, 나머지는 경영 디자인 등 사무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비결은 제조업 공장과의 협업이다. 권 대표는 지역 한 제조업체에 생산 외주를 맡기고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는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천장재에 들어가는 디자인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천장재에 맞춰 디자인한 그림의 크기와 농도를 세밀하게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얻은 특허만 100건에 이르며, 디자인 등록은 젠픽스가 취득한 특허보다 훨씬 많다.
권 대표는 "2008년 정부에서 시행한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사업에서 전국 2위를 했다"며 "매출이 매년 성장하게 되면서 주변에서 사업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권 대표는 제품 디자인 개발 및 표면처리가공기술에 치중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크라우드펀딩 사업 박차
권 대표는 작년 초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별도 사업체를 꾸렸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은 뒤, 리모델링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다. 핀테크(FIN Tech)에서도 최근 등장한 모델인 P2P 방식을 적용한 사업이다. P2P 서비스는 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돈을 빌리는 일종의 직거래 방식이다.
이 사업을 위해 권 대표는 직접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서울 유명 증권사 등 투자회사에서 근무 중인 전문가를 찾아 영입했다. 권 대표가 영입한 전문가들은 사업의 전망을 보고 과감히 고액 연봉을 버리고 권 대표를 따라 나섰다.
현재 티끌모아 태산은 청년창업가를 위한 거점 공간을 부산대 인근에 만들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고시원 형태의 건물을 직접 매입해 예비창업가를 위한 숙소로 만드는 한편 사무실과 휴식 공간까지 접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권 대표는 "한 달 원룸 거주 비용은 40만~50만 원 수준이나, 고시원 형태의 숙소는 10만 원대에서 해결할 수 있어 자금이 필요한 창업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부산 곳곳에 창업가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젠픽스 직원을 위한 사옥도 건립한다. "가장 필요한 복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원들은 "도시철도 역 근처에 회사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권 대표는 부산-김해 경전철 대사역 바로 앞 부지를 매입해 정원이 있는 사옥을 건립한다. 이 공간 1층과 2층은 카페 등으로 꾸며 예비 창업가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2012년 설립된 엔젤투자클럽인 단디벤처포럼 설립 멤버이자 회장 역할을 맡은 권 대표는 "일면식도 없는 예비 창업가가 조언을 구하는 전화를 걸어오면 무조건 만난다"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과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배들이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