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포럼·박람회 물거품 위기
- 부산시, 중국시장 치중 벗어나
- 일본 대만 등 시장 다변화 나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여파가 지역 마이스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행사 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시장에 들인 공이 물거품 될 상황에 놓이면서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산전시컨벤션센터 벡스코는 오는 7월 중국 현지에서 열기로 한 '제6회 한국 우수상품전시회'의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전시회를 개최하더라도 참여업체와 현지 바이어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해부터 부산시와 코트라 등이 공동주관으로 나서면서 지역 업체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국내 지자체와 중국 지방정부가 손잡은 첫 관급 해외전시회로 국내 마이스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벡스코 관계자는 "행사가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지 정세가 워낙 안 좋다보니 일정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참여업체를 모집하고 있는데 신청이 저조하면 행사가 위축될 수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벡스코는 지난해 지역 전시컨벤션업체와 함께 '중국 전시컨벤션 유치사절단'을 꾸려 중국 6개 도시를 돌며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등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공을 들였는데, 자칫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의 중소 마이스업체도 중국 현지 포럼이나 박람회 등의 취소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행사를 개최하더라도 현지 바이어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를 맡은 업체들 역시 전시회에 참가할 중국 바이어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지역의 한 컨벤션업체 관계자는 "중국 바이어가 많이 참가해야 부산의 산업이나 상품 등을 보여주고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초청에 응할 곳이 얼마나 될지 걱정하는 업체가 많다"며 "중국에서 개최하는 행사의 경우 대부분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그때까지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드 보복'의 여파가 마이스업계에까지 미치자 부산시는 중국 중심의 마이스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관련 예산을 5억 원 증액해 중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등지에서 로드쇼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병욱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