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
- 조선 수주계약 취소 잇따를 수도

장기 불황을 딛고 회복세에 접어든 한국 수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또다시 먹구름에 휩싸였다. 통상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하락, 달러화 강세 등을 유발한다.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신흥국 시장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최소 두 차례 더 단행될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중국의 통상 압력으로 가뜩이나 수세에 몰린 한국 경제가 '뻔히 보이는' G2(미국·중국)발 대형 악재 속에서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16일 한국무역협회와 BNK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지난해 기준 25.1%) 등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과 지난해 각각 57.4%와 57.3%로 60%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주요 신흥국 10곳(중국·인도·브라질 등)의 비중만 26.9%(2015년 기준)에 달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은 앞으로 신흥국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재정 악화 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을 겪는 신흥국 경기는 더 악화되고, 이는 곧 한국 수출의 감소로 직결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신흥국 경기 침체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 들어 고공행진을 기록 중인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한국시간) 두바이유 현물 가격(50.04달러)은 지난해 12월 8일(50.30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유가 하락은 운수업 관련 기업의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요 산유국의 재정 악화를 유발해 이들 국가로의 수출 악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조선업은 저유가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시추업체들의 발주 및 계약 취소가 잇따르게 될 우려가 크다. 해양플랜트 발주 움직임이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석유화학과 자동차, 일반기계 등 국제유가 흐름과 신흥국 경기에 의존하는 업종들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피해가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날 결정은 당장 국내 주택담보대출이나 집단대출 금리의 상승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건설업계는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 가능성으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