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KRX)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또다시 정치권에서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 정무위원회 이진복 위원장(바른정당·부산 동래)이 법안의 빠른 처리를 위해 잰걸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사의 본사 부산 명기 누락 등 개정안의 여러 쟁점을 둘러싼 지역 내 반대론이 만만찮은 데다 탄핵 선고와 조기 대선 가능성 등 혼미한 정국 상황까지 겹친 시점에 굳이 이 문제를 밀어부치는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진복 위원장은 오는 15일 부산에서 거래소 구조 개편을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한다고 8일 밝혔다. 부산시, 금융위원회, 거래소, 학계, 시민단체 인사를 한자리에 모아 쟁점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거래소 본사에 대해 현재 '부산광역시'로 명기된 것을 '파생상품시장 등 자본시장에 특화된 지역'으로 바뀌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발의 초기인 19대 국회 회기 중 부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진복 위원장은 "반대 의견을 듣고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 준비한 자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를 토대로 3월 임시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개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난 2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처리가 안됐으니 3월 소위까지 민주당의 입장을 가져오라고 했다. 민주당이 의견을 정해오지 않는다면 소위에서는 그냥 통과되는 것이다"며 "단순히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은 안 된다. 부산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표를 의식해서 처리를 미루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주사 전환을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는 정권이 교체될 경우 '친박(근혜) 계'로 통하는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혹시라도 있을 정권교체 이전에 '대못 박기'를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측은 서두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소속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연제)은 "대선 이후 금융 관련 정책의 변화나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금융중심지 부산'의 역할 등을 면밀히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