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이제 끝난 것 같아." 한국거래소에 출입하는 세 기자의 어느 점심시간, 15년 이상 증권을 담당했던 선배가 폭탄선언을 합니다. "네에? 왜요?" "요샌 주식을 안 사. 사람들이 주식으로 돈 벌기는 어렵다고 학습이 된 것 같아."

박스피 상단(2100선)을 뚫었다 이내 내려앉은 주가에 나온 푸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 프로야구 꼴찌팀 한화 담당 기자를 하며 패배에 익숙해지던 울적한 기분이 불현듯 되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취재하는 현장과 기자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지만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이기도 하니까요. 30년 가까이 현장을 뛴 또 다른 선배 기자의 진단이 더 뼈아픕니다. "먹고 살기가 팍팍하니 투자할 여력이 없는 거지."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더군요. 과감히 주식투자를 결의했던 저마저도 몇 달째 살 만한 주식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내심 통장에서 목돈을 빼기가 꺼려지는 형편이니 말입니다.

최근 '짠테크'(짜다+재테크)가 유행한다죠?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속에 남아있는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냉장고 파먹기',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을 먼저 하는 강제저축 등이 인기랍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나 빚 부담만 올라간다는 통계가 쏟아지고, 침체된 경기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니 등장한 세태겠지요.

허리띠를 졸라맨 이들에게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월급이 적더라도 자산관리로 소득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사실이지만 이를 수치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직장인 11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인 직장인이 자산관리를 하면 평균 1억3000만 원의 자산을 보유하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절반 수준인 6000만 원대로 떨어집니다. 월 400만원 정도를 버는 이들도 자산관리 여부에 따라 1억 원 가까이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산관리를 하면 약 2억6000만 원을 모으지만 하지 않으면 1억7000만 원에 그친다는 겁니다.

월 소득이 200만 원에 못 미치더라도 자산관리를 하는 이들은 200만 원대를 벌면서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직장인보다 평균 자산이 4000만 원 정도 많았습니다. 자산관리를 통해 200만 원대 직장인이 300만 원대보다, 300만 원대가 400만 원대 직장인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월 소득이 500만 원을 넘긴 이들은 일종의 '넘사벽'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00만 원대인 직장인이 자산관리를 해도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500만 원대 직장인보다는 자산이 6000만 원 정도 적었답니다.

도대체 그 자산관리가 무엇이냐고요? 이번 설문조사 정의한 자산관리는 이렇겠습니다. '장기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실행하는 행위.'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