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개발·품질향상 함께 추진
- 농가는 "별 효용 없을 것" 냉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는 화훼 농가다. 일년 중 꽃 소비가 가장 많은 최근의 졸업·입학 시즌에서도 화훼 농가는 '실종된 대목'을 절감하고 있다. 봄이 왔지만 화훼 농가에는 아직 찬바람이 여전하다. 청탁금지법 이후 지난해 10~12월 한국화원협회 1200곳의 화훼 소매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28%가량 감소했고, 지난해 9월 30일~12월 31일 전국 화훼 공판장의 도매 거래물량은 13% 줄었다.

이 같은 화훼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화훼류 소비 생활화 추진계획'을 마련해,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계획을 보면 우선 소비자들이 주변에서 쉽게 꽃을 살 수 있도록 슈퍼마켓, 편의점 등 유통전문점과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내의 화훼 판매코너(flower in shop)를 지난해 30곳에서 올해 37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가정 사무실 등 일상 속 꽃 생활화를 위해 시행 중인 꽃 생활화(1 table 1 flower) 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37개 기업·기관 4만4000테이블에 시행했던 운동을 올해 80개 기업·기관 10만 테이블로 늘린다는 목표다. 오는 7월 식용꽃, 드라이 플라워 등 다양한 꽃 상품 개발을 위한 '꽃 상품개발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도심지 대로변 꽃길 조성 등도 추진한다. 그뿐만 아니라 꽃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과 꽃 생활 문화 확산을 위한 핵심주체로 육성하기 위해 시행 중인 '착한꽃집 인증제'를 확대해 현재 296곳에서 올해 100곳을 추가로 늘린다.

절화류(장미 등) 품질 향상을 위해 수명연장제를 넣은 물통에 꽃을 담아서 산지에서 직접 유통하는 방식인 '습식 유통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직무관련자의 승진·전보에 사교 의례 목적의 화분 선물은 가능하다'는 청탁금지법 유권 해석 내용도 적극 알리기로 했다.

농식품부 김재수 장관은 "꽃 소비 생활화 계획 추진을 위해 화훼 관련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꽃 생활화 확산 태스크포스(가칭)'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생활용 화훼 소비 활성화를 위해 화훼산업 5개년 종합 발전대책을 이달 중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화훼 농가는 이 같은 대책에 냉담한 반응이다. 부산 강서구에서 화훼 농사를 짓고 있는 김의성(56·강서구 강소농협동조합 대표) 씨는 "화훼류를 비롯한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 대상에 그대로 둔 채 '소비 활성화' 대책을 만들어 봐야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