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갈등(본지 24일 자 13면 보도)을 재확인하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둘러싼 정국 혼란과 대선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견의 골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다음 회기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국회 관계자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의원들이 있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진복(바른정당·부산 동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거래소의 사업 부문인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본부 등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이를 관리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의원들이 이 법안에서 문제 삼는 대목이 제각각이라 적지 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에 회의적인 입장부터 법안 취지에 찬성해도 본점을 부산으로 명시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IPO) 시 발생하는 상장차익을 환원하는 방안과 거래소가 가진 한국예탁결제원 지분 해소 계획 등도 정리돼야 하는 부분이다.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거래소 노조는 이날 법안소위 회의장 앞에서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부산지역 시민 단체도 법안 통과에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 "해운업, 조선업의 쇠퇴로 부산지역 경제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거래소 부산 본사 부칙조항마저 빠진다면 금융중심지로서의 부산이라는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상실하게 되고 부산 경제는 밝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