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혁신실장에 황각규 사장
- 계열사별 책임 강화 BU 신설
- 황제경영 비판 정책본부 폐지

- 지주회사 전환 포석 분석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정치적 리스크와 중국 내 사업 차질 등으로 '풍전등화'에 놓인 롯데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과 세대교체 등을 통해 본격적인 위기 극복에 나선다. 시민단체로부터 '황제 경영'의 진원지로 지목받은 정책본부가 13년 만에 폐지되고 경영 쇄신을 추진할 조직 등이 신설된다.

	황각규 사장·경영혁신실장(왼쪽), 소진세 사장·사회공헌위원장

롯데그룹은 주요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준법 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한 '2017년 조직 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를 21일 단행했다.

이번 개편안은 청와대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휩싸인 신동빈(62) 회장이 지난해 말 검찰 수사를 받은 직후 조직 문화의 총체적 개선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인사 및 조직 개편은 ▷정책본부 폐지 ▷계열사별 책임경영 강화 ▷중진급 젊은 임원들의 대표 발탁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7실 17개 팀으로 구성된 정책본부는 4개 팀(가치경영팀·재무혁신팀·커뮤니케이션팀·HR혁신팀)으로 간소화된 경영혁신실과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행을 주도할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등 2개의 큰 축으로 재편된다. 이 중 그룹의 핵심 사업을 추진, 관리할 경영혁신실의 수장은 황각규(62)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맡는다. 재계에서는 황 사장이 '롯데의 2인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4년 설립된 정책본부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지만, 2015년 '형제의 난' 발발 이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총수 일가의 밀실 경영을 불러온 진원지로 지목받으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책본부의 폐지는 투명 경영을 강조한 신 회장의 그룹 쇄신 의지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사회공헌위원회는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신 회장이 맡아 온 위원장 자리는 소진세(67) 사장(전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으로 대체된다.

이 밖에도 롯데는 ▷유통 ▷화학 ▷식품·제조 ▷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의 BU(Business Unit·사업군)를 신설해 이를 중심으로 관련 계열사들의 공동 전략 수립과 시너지 효과 창출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