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금결제 밀린 데다 불황 겹쳐
- 영세 협력사 등 파산 위기 몰려
- "현대·SM상선이 빈자리 메워야"
"오랫동안 도움을 받은 한진해운의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납품 단가까지 낮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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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 선박들이 사라진 후 기항하는 선박이 끊기다시피 한 부산신항 한진해운터미널에서 16일 작은 피더선 1척만 접안해 화물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십여 년간 한진해운에 선용품을 납품하던 A사의 B대표는 "17일 한진해운이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가 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회사 규모에 비해 미수금이 적지 않아 감내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자금 여력이 좋지 않아 2, 3차 밴드에 지불해야 할 대금이 밀려있는 데다 경기불황으로 매출 부진이 계속돼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부품이나 장비를 수입해 수리했던 C선박수리사는 외국업체에 이미 대금을 지불한 상태라 파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 항만물류업계에서는 '파산 선고'는 한진해운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유·무형 피해까지 고려하면 천문학적이라고 추산한다. 실제로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으로 인한 피해액을 법정관리 전에 17조 원으로 추산했다가 3개월 뒤 20조 원으로 수정해 발표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밀린 대금을 받지 못해 법원에 신고한 협력업체는 전국적으로 605개사다. 이들의 미수금은 800억 원에 달한다. 부산경남지역 협력업체는 271개사, 피해액은 476억 원이다. 이 가운데 한진터미널(HJNC)과 한진해운 선박·선원을 관리하는 유스에스엠 등 한진그룹 계열사를 빼면 264개에 피해액은 196억여 원이다.
업종별로 보면 선용품 28억 원, 도선 8억 원, 예선 5억 원, 선박수리 48억 원, 항만용역 10억 원 등이다. 영세한 이들 업체는 매출액이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돼 상당수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중에는 수십 년 된 업체도 있어 항만물류를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가 지금도 쪼그라들고 있다.
채권회수를 못 한 업체들은 발을 구르고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 전 발생한 미수금인 회생채권은 법정관리 이후 미수금인 공익채권과 달리 후순위채권이어서 법적으로 구제할 방법도 없다.
지난해 9월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후 부산항만공사 사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법정관리인을 만나 회생채권 보유 업체가 대부분 지역 영세기업이고 금액도 소액이라는 딱한 사정을 들어 조기 변제를 요청했지만 청산 전날까지 어떠한 답도 받지 못했다.
한편 지역 항만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한국 해운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40년 역사의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용 선사인 한진해운이 사라지게 된 이상 현대상선과 새로 출범하는 SM상선 등 국적선사가 하루빨리 그 빈자리를 메워야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