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입주업체 5곳 경영난
- 해외 대체공장 돌리지만
- 인건비 비싸고 물량 못 맞춰

- 전국 업체 피해 1조5000억
- 적극 돕겠다던 정부
- 총지원금 4838억 그쳐

- "너무 당해서 정부신뢰 바닥"
- 재입주 부정적 의견 많아

오는 10일이면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딱 1년이 된다. 한반도에 여전히 군사적 긴장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 부산지역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는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기존 거래처를 대거 잃어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에 직면했지만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1년을 나흘 앞둔 6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매출 반 토막, 존폐 기로에

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업체 중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공단 내 최대 기업인 신발 완제품 업체 삼덕통상(강서구)을 비롯해 제이드엠(사상구), 유성산업(사상구), 천일상사(사상구) 같은 신발업체 4곳과 섬유업체 유영어패럴(부산진구) 등 총 5곳이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개성공단 폐쇄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사는 공단 폐쇄 전 14개의 거래처를 갖고 있었으나 현재는 대부분을 잃고 3개 업체와만 거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급하게 문을 연 베트남 공장은 연간 신발 60만 켤레를 생산하던 개성 공장의 물량을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B 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업체는 생산 물량 대부분을 개성 공장에서 소화했는데, 갑작스러운 폐쇄로 1년 가까이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급하게 강서구 화전산업단지에 공장 부지를 마련했으나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나머지 업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C 사는 개성 공장의 물량을 필리핀 생산라인으로 옮겨 소화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생산라인 이전으로 물류비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경영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입주기업들은 거래처의 이탈 등 추가 피해가 우려돼 정확한 피해 규모에 대해 함구하는 실정이다.

■ 정부 소극적 지원에 '막막'

정부가 지정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보상금은 유동자산의 70%로, 업체당 지원 한도는 22억 원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추산한 피해금액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액은 1조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토지나 건물, 기계장치 등 투자자산이 6000억 원,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이 2500억 원, 갑작스러운 철수에 따른 위약금 1400억 원 등으로 개성 현지 미수금과 1년간 영업손실 및 영업권 상실에 따른 피해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정부는 입주기업의 피해를 장부상 잔존자산만 인정하고 있고, 확인된 피해금액 7860억 원 중 지원된 것은 62%인 4838억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동자산의 70%를 보상받은 업체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협력업체 관리는 고사하고 공장 가동조차 못 하는 상황이어서 협력사와 소송전에 휘말리는가 하면 임금체불 등으로 더는 경영하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 상당수는 재가동에 부정적

상당수 기업은 사업 안정성이 크게 훼손된 만큼 개성 공장 재가동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A 사 관계자는 "2010년 정부의 5·24조치 이후 타격을 받았고, 지난해 다시 공장 문을 닫게 되면서 충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개성공단의 운영이 재개될 수 있겠으나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만큼 다시 입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B 사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 워낙 많이 당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차라리 현재의 해외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더 낫다"며 재입주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낮은 인건비 등 개성공단이 지닌 매력이 여전한 만큼 재입주 의사를 밝히는 업체도 있다. C 사 관계자는 "일할 사람이 없어 한국 공장 가동만으로는 미래가 없다. 산업의 특성상 개성공단이 열려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D 사 관계자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고급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개성공단이 조속히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욱 민건태 기자

◇ 개성공단 주요 일지 2000년  8월 현대아산-북한 간 '공업지구 개발에 관한 합의서' 채택  2002년  11월 북한 '개성공업지구법' 제정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330만㎡) 개발 착공  2004년  12월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2008년  12월 북한, 개성공단 상주 인원·통행시간 축소 등 '12·1 조치' 시행  2009년  5월 북한, 남측에 개성공단 관련 법규·계약 무효 통보  2009년  6월 의류업체 스킨넷, 입주업체 중 처음 철수 결정

2009년  9월 북한, 12·1 조치 해제 2010년  5월 정부, 천안함 관련 5·24 조치 발표, 개성공단 신규투자 금지  2014년  4월 북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 및 가동 중단  2014년  8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채택   2014년  9월 개성공단 재가동  2016년  2월 10일 정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 2016년  3월 10일 북한, 남북 경협·교류 관련 모든 합의 무효 선언